중국은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나라다. 우리 콘텐츠산업 규모보다 세 배나 크고 내년이면 1860억달러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라설 거대 콘텐츠 시장이다. 우리와 문화적 배경도 비슷해 매일 대한민국 문화콘텐츠가 이질감 없이 소비되고 있다. 그래서 2013년 기준으로 일본과 함께 우리 콘텐츠 수출액 27.5%를 차지했다.
중국은 협소한 우리 내수시장을 극복할 수 있는 최적 시장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마냥 우리 문화콘텐츠 수입국에 그칠 것만 같았던 중국이 변하고 있다. 일부 장르에서 우리 수준에 육박하고 있고 몇몇 분야에서는 조만간 전세가 뒤집힐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중국 온라인게임은 이미 종주국 한국 안방을 휘젓고 다닐 정도로 막강해졌다. 영화, 출판 등은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20년 중국 영화시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면서 세계 최강 미국마저 따돌릴 전망이다. 거대한 내수시장에서 회수한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류’로 입증된 우리 우수 콘텐츠 생산기반까지 잇달아 접수하고 있다. 타깃은 방송, 게임, 애니메이션, 문화기술, 캐릭터 업체는 물론이고 한류 스타와 감독, 프로듀서 등 제작진에까지 쏠려 있다. 199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별은 내 가슴에’로 ‘한류’라는 용어가 처음 만들어진 때와 판이하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중국시장이 다소 풀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제도적 진입장벽은 이전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체제 차이 등을 이유로 규제완화에는 완강한 방침이라 우리 콘텐츠가 중국시장 넘어서기는 녹록하지 않다. 문화적 패권을 거머쥐려는 중국정부의 강력한 진흥정책도 중국 콘텐츠산업에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반면에 우리 콘텐츠 수출기업에 진입문턱을 우회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 마련이 ‘발등의 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우리 기업에 현실성 있고 효율적인 중국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베이징·상하이·충칭 등 중국 콘텐츠산업 핵심부에 K콘텐츠비즈니스센터를 비롯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 문화산업 투자 네트워크와 연계한 직접 투자유치는 필수다. 양국 콘텐츠와 비콘텐츠 사업자 간 융합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를 위해 진흥원 핵심 역량을 집중해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계획이다.
무턱대고 중국시장에 직접 수출하려고만 하는 것은 ‘세지고 단단해진’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뾰족한 대책이 아니다. 오히려 시야를 글로벌로 넓힌다면 우리 파이는 한층 커질 수 있다. 세계가 인정한 기획력과 20년에 걸친 값진 해외진출 경험은 우리만의 강점이다. 이를 중국의 거대한 자본력과 결합하면 보다 큰 글로벌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다.
과감한 인식전환에 기반을 두고 중국과의 상생협력, 동반성장이란 관점에서 함께 아시아 문화영토를 확장할 때 우리 콘텐츠기업에 중국시장 직접 진출을 넘어선 블루오션이 활짝 열릴 것이다.
강만석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원장 az196@kocc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