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CT로 이루는 통일

이번 광복절에 통일IT포럼은 의미 있는 행사를 했다. 분단 70주년 기념행사로 두만강 하구인 방천에서 압록강 하류인 단둥까지 1400㎞를 통일을 기원하며 횡단했다.

[ET단상]ICT로 이루는 통일

횡단 도중 옌지, 단둥, 선양 지역에 상주하며 아웃소싱으로 일하는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을 많이 봤다.

옌지 과학기술 고신개발구(IT밸리)에서 만난 한 관리자에 따르면 북한 소프트웨어(SW) 개발 인력이 중국 전역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젊은 남성은 의료용 임베디드SW를 개발하고, 젊은 여성 인력은 애니메이션 등을 처리하는데 작년 여름보다 다섯 배 정도 늘었다고 한다. 이들은 중국 내부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산둥, 쓰촨 등지에서 개발하지 못하는 알고리즘과 임베디드SW 개발을 이들에게 맡긴다.

이렇듯 북한은 하드웨어(HW)와 통신 및 통신망은 취약하지만 SW 기초실력은 우수하다. 전 세계에서 매월 열리는 3600개 팀이 참가하는 코딩대회(www.codechef.com)를 보면 몇 년째 북한 인재가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보면 북한 교육에서 영재 인력이 SW 프로그램 개발 분야에 몰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으로 모든 산업에 IT가 적용되고 전산시스템이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이전되면 더 많은 일들이 SW 기술개발로 몰릴 것이다.

이에 따라 수많은 우수 개발 인력이 필요해진다. 특히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드론, 핀테크 등 최첨단 융합 분야는 반드시 수준 높은 SW 개발 인재가 필요하다.

지난주 독일 통일 주춧돌이 된 동방정책을 설계한 에곤 바르가 93세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동방정책을 주창한 빌리 브란트 총리 측근으로 동독 실체를 인정하고 ‘접근을 통한 변화’를 모색하는 정책을 설계했다.

‘작은 발걸음 정책’이라고 불린 이 동방정책은 브란트 총리가 강력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1990년 독일은 통일을 이뤘다. 독일 통일은 흔히 ‘동방정책을 통해 동독 지식인과 주민 마음을 얻음으로써 서독으로의 선택을 이끌었다’고 평가된다.

서독은 브란트 정권 이후 20년 동안 인도적, 경제적 지원을 동독에 제공했고, 그 기간 동안 ‘화해를 통한 변화’와 ‘작은 걸음의 점진적 변화’를 추구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독은 실천적 성격으로 동방정책 선언 이후 동족인 오스트리아 등 인접국가에서 연간 5000명 이상 과학기술 교류협력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북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초래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황을 논의하는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남북한 고위당국자 합의사항 6개 항목 중 6항에 따르면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 민간 차원 교류 활성화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IT교류를 바탕으로 인터넷 개방을 유도하는 것도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남과 북은 우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 신뢰를 쌓아야 한다. 남북 학자가 참가하는 학술회의부터 시작해 자료교환, 더 나아가 북쪽 SW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까지 모색해야 한다.

통일을 이루기 위한 신뢰성 및 동질성 회복에는 민간차원 교류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한 ICT 방안으로 남북 공동이 제3국에 정보통신기술(ICT) 공유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어떨까. 이곳에서 우리나라 HW 기술과 북한 SW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접목시켜 세계적 경쟁력 있는 상품을 창출하고 또 국제 프로젝트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방안이 독일 지식인들이 사용한 ‘접근에 의한 변화’를 가져오는 평화통일 전략이요, 박근혜정부가 초기에 말한 ‘작은 통일에서 큰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최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한국어정보학회장/sstar@n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