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와이파이(WiFi)가 내 아들을 아프게 했다"... 미국 학부모, 학교에 소송

미국에서 교내 와이파이(WiFi) 신호가 자녀를 아프게 했다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에 거주하는 12살 소년의 학부모가 사립학교 페이스쿨의 강력한 와이파이 신호 탓에 아이가 아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외신이 27일 보도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12살 학생은 전자기과민성증후군(EHS)을 앓고 있다. 와이파이 신호, 휴대폰, 셀타워 등 무선통신기기가 신호를 주고받을 때 분출하는 전자기 방사에 노출되면 코피, 메스꺼움, 두통, 현기증, 기억상실, 피로감 등의 현상이 발생하거나 심각하면 심장과 갑상선에도 문제가 생긴다.

학교내 와이파이 신호가 강해서 자녀를 아프게했다는 학부모에게 소송을 당한 미국 매사추세츠 소재 사립학교 페이스쿨.
학교내 와이파이 신호가 강해서 자녀를 아프게했다는 학부모에게 소송을 당한 미국 매사추세츠 소재 사립학교 페이스쿨.

전자기과민성증후군은 의료 전문가들이 보편적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았지만 지난 2005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소년 가족과 환경보건의사 쟌느 허부치 측은 “아이 증상을 설명할 다른 방법이 없다”며 “사람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는 모르겠지만 와이파이가 전화기 신호도 같이 뿜어낸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쟌느 허부치 의사는 “하지만 어린이와 임산부가 가장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두개골이 얇고 뇌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전자기파를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이 질병은 학교가 신규로 강력한 무선 시스템을 설치한 지난 2013년 후 진단됐다. 하지만 학교 측은 전자파 출력량을 안전 수준 내로 유지 중이다. 행정부는 외신에 전달한 성명에서 “처음 부모가 우려를 제기한 작년 페이스쿨은 학부모가 어떤 것을 염려하더라도 이를 해결하라고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학교 측은 소년 부모가 권장하는 무선신호 측정 전문 업체 ‘아이소트로프(Isotrope)’를 고용했다.

행정부 서한에 따르면 아이소트로프 평가는 올해 1월 끝났다. 평가 결과 교내에서 방송 라디오와 TV신호, 기타 RFE에서 방출하는 전자기를 모두 합친 수준은 연방 및 주의 안전 기준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행정부 측은 “이런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학교 와이파이 시스템이 문제라며 학교와 교장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롭 구스타브슨 페이스쿨 교장이 학부모에게 보낸 편지라며 학교 웹사이트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1월 말 아이소트로프 평가 결과를 모든 페이스쿨 학부모에게 공개했다”며 “학교 측은 관련 규제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할 경우 교내 정책을 결정하는데 반영한다”고 전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소송은 지방법원이 페이스쿨 측에 이더넷(Ethernet) 케이블 신호를 끄고 켤 수 있게 하고 소년의 교실에선 와이파이 신호 강도를 낮추며 적합한 별도의 숙박시설을 마련하라고 강제하게 하는 내용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년이 학교를 떠나겠다는 것과 손해배상액 25만달러(2억9650만원)를 줄 것도 포함됐다.

학부모 측이 최우선순위로 꼽은 일은 다음달 9일 개학 때 아이가 학교를 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학부모 측 존 J.E 마크햄 변호사는 “우리는 학교와 협력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아이가 교실에서 안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