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저장조 폭발로 6명이 숨진 것에 이어 SK어드밴스드 공장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사고가 일어난 석유화학공장들은 고온, 고압 환경에서 다량의 위험물질을 취급하고 있어 작은 실수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더욱 철저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산업현장 자동화 솔루션이 대중화되면서 사고 대응력이 더욱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 효율이 높아지고 사람 실수로 인한 사고 위험성은 줄어들었지만 직원들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다양한 변수를 직접 경험하고, 사고에 대응하는 경험을 쌓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기업이 안전관리를 절차에 따라 요건만 충족시키고 넘어가면 되는 부수적인 업무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보듯 안전사고는 정상적인 생산 활동을 어렵게 하고, 기업 이미지를 심각하게 실추시키며,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한다. 이제 안전관리가 기업 경영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요소임을 인식해야 할 때다.
기존에도 ‘기능 안전성’ 논의는 이어져 왔다. 기능 안전성은 위험을 관리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에 초점을 둔 시스템으로, 긴급 정지 시스템(ESD), 분산 제어 시스템(DCS) 경보 기능 등 다중 보호를 제공하는 자동화 및 제어 장치 등이 포함된다. 이제는 한 단계 진화한 ‘공정 안전 관리’ 시스템이 국제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 안전 관리는 부상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위험 요소를 식별하고 통제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화된 안전 관리 시스템으로, 전체 공정을 통합적으로 평가해 사고 가능성을 미리 감지하며 사고 발생 시 대안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시보드를 통해 공정 안전 관련 지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면서, 장비나 부품 유지보수 시기가 도래하지는 않았는지, 문제가 있는 영역이 어디인지를 한눈에 알기 쉽도록 표시해 주는 것이다. 문제 발생 시에는 담당자들에게 경고와 권장 조치가 이메일로 자동 발송돼, 적절한 조치로 위기 상황을 종료할 수 있다. 이미 슈나이더 일렉트릭, 하니웰, 요코가와 등 글로벌 기업이 관련 솔루션을 내놓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주요 정유사와 화학 대기업이 이를 도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산업공정에 접목되면서 안전관리 시스템 역할과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각 공정에 센서가 부착돼 장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고,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져 공정 과정과 사고 상황을 가상으로 체험해보고 대응 훈련을 할 수 있다.
안전 관리는 사고 예방뿐 아니라, 생산성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 ‘화학공정안전센터’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공정 안전성을 확보한 기업은 생산성이 5% 증대되고, 생산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 보험 비용이 각각 3%, 5%, 20%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자동화된 공정 안전 관리는 이제 환경까지 보호하는 개념으로 더욱 폭넓게 진화하고 있다. 유지 보수 절차를 강화해 안전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장비를 최고 성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명 주기까지 관리하는 것이다. 사고를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확대되고 있는 안전관리 시스템 가능성에 주목하고 더욱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데 앞장서기 바란다.
고재욱 광운대 교수(화학공학과) jwko@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