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79> 신규 채용은 신중해야 한다

[이강태의 IT경영 한수]<79> 신규 채용은 신중해야 한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취직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대학교 4학년 학생들을 만나보면 직장 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짠하다. 자기들도 취직이 쉽지 않은 줄은 알았지만 자기 자신이 이렇게 힘들 줄은 잘 몰랐던 것 같다. 취업 재수생이라는 말도 이제 익숙해졌다.

옛날이야기해서 미안하지만, 우리가 대학 졸업할 때는 회사를 골라서 갔다. 대기업이나 은행에 취직하고도 이리 갈지 저리 갈지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다. 대기업 인사담당자가 대학을 직접 찾아 와서 졸업생들을 우리 회사에 보내 달라고 홍보하고 사정하던 때가 있었다.

어쩌다 세월이 이렇게 된 걸까. 어쩌다 수요 과잉에서 공급 과잉으로 바뀌게 된 것일까. 어쩌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가 되게 된 것일까. 이게 고속성장시대에서 저속성장시대로 바뀌어서 그런가. 글로벌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 투자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IT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어가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줘서 그런 것인가. 더 골치 아픈 것은 이런 취업의 문제가 상당 기간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공급과잉이란 수요가 줄어서 공급이 넘치는 것을 말한다. 수요는 그대로 있는데 공급이 는 것도 있겠지만 출산율이 저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 자체가 늘었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수요가 왜 줄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신입직원이 제 밥값을 하려면 최소한 5, 6년 훈련시켜야 한다. 사실 부가가치만 따지면 회사에서 신입사원으로부터 오히려 돈을 받아야 한다. 회사에서 사람을 채용하면 임금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4대 보험, 복리후생, 사무실, 통신비, 교육비 등등을 따지면 최소한 임금의 2배 반 더 들어 간다. 회사 입장에서 신입사원 뽑는 것을 경제적으로만 계산하면 이들이 적어도 10년은 근무를 하고 이 근무 기간에도 열과 성을 다해서 일해 줘야 한다. 그래야 신입 사원을 뽑는 결정이 정당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직원들 열정과 헌신에 힘입어 고도성장을 해왔다. 다시 말해 이들이 생산해내는 부가가치가 기업에서 주는 월급 값을 초과했고 여기에서 나온 잉여가치가 모여 기업이 커지고 나라가 부강해진 것이다. 그런데 세계 경제가 디지털화되고 글로벌화되면서 직원의 열정과 헌신만으로는 예전의 부가가치가 나오지 않게 됐다. 주말도 없이 계속 야근한다고 부가가치가 더 나오지 않게 된 것이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이 우리 근로자들보다 더 적은 임금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측면에서 보자.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8년이 되면 대학교 입학정원이 전체 고졸자 수보다 더 많다. 지방 일부 대학은 이미 정원을 채우지 못해서 학과를 통폐합하고 있고 일부 학생들을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실정이다.

대졸자는 늘고 기업 인력 수요는 줄고 그래서 공급과잉이 된 것이다. 그럼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수요를 늘리는 것이다. 기업에서 인력수요를 늘리려면 매출이 늘어야 한다. 매출이 늘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경쟁력이 있으려면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경영자나 직원들이 미국, 유럽,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직원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지금은 일을 마냥 열심히 한다는 것은 의미 없다. 남들이 따라 오지 못할 정도로, 남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는 정도로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지금 청년 실업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약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리가 미국, 일본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데 중국, 인도, 베트남에서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사람을 더 뽑고 안 뽑고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 국제경쟁력이 있는 기업이라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 잘나가던 기업도 잠시 힘들어지면 고립무원이 된다. 월급쟁이 신화라고 불리던 기업이 어떻게 넘어지는지 다들 보지 않았는가.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으면, 이들을 교육시키고, 이들에게 회사 비전과 목표를 이해시키고, 지속적인 자기관리와 개발로 국제 경쟁력이 있는 인재로 키워 나가야 한다. 그게 기업의 진정한 직원에 대한 의무고 사회적 책임이다. 진정한 사회적 책임은 열성을 가진 젊은이들을 뽑아서 잘 훈련시켜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해서 회사를 더욱 크게 키워서 결과적으로 더 많은 신입사원을 뽑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책임이다. 그래서 몇 명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인재를 뽑아서 어떻게 국제경쟁력이 있도록 훈련시키는지가 더 중요하다.

신입사원을 계획보다 더 뽑겠다고 발표부터 하는 것은 지극히 비경제적인 결정이다. 정말 그렇게 뽑을지도 잘 모르겠고, 뽑아 놓고 어떻게 교육시키고 활용할지도 잘 모르겠다. 처음 채용 계획에 없었으니 아마도 자기들도 잘 모를 것이다. 신입사원 몇 백명 더 뽑는 것이 지금 당장은 그리 큰 문제 같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입사원을 그렇게 대책 없이 뽑아서는 나중에 기존사원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 문제는 긴 호흡으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지 단기적으로 대기업이 채용인원만 늘려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