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약자와 강자 싸움에서 약자가 이겼을 때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빗대어 말한다. 하지만 잘못된 예다. 다윗은 골리앗과 백번 싸워도 백번 다 이겼을 것이다. 그는 평범한 양치기 소년에 불과했지만 양치기로 단련된 돌 던지는 기술 만큼은 능가할 자가 없었기에 승리에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애초부터 갑옷이나 창과 방패를 착용하지 않고 조약돌 하나만으로 거인 골리앗을 단번에 쓰러뜨릴 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대 에너지 신산업 시장인 한국전력 주파수조정(FR)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자 선정이 최근 마무리됐다. 배터리와 전력전환장치(PCS) 분야로 나뉜 사업에 30여 기업이 입찰해 총 18개 기업이 최종 낙점됐다. 중소기업은 6개에 불과했지만, 실제 중소기업 제품은 더 많이 투입된다. 일부 중소업체가 선정에 자신이 없는 나머지 대기업을 대신 내세워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떤 중소기업은 삼성·LG 등 대기업과 최종 경합에서 두 곳의 사업장(변전소) 공급권을 따냈다. 두 분야 기술평가에서 각각 2위를 차지한 업체 역시 중소기업이다. 기술평가에 비중이 큰 실적이나 생산력 등에서는 대기업에 밀렸지만 기술적 전문성 만큼은 대기업에 뒤지지 않은 결과다.
한전은 올해 200㎿ 규모 ESS 구축사업에 이어 2017년까지 총 250㎿ 규모 사업을 진행한다. 투입되는 예산만 6500억원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한전 ESS 사업은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실적을 쌓은데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다. 전문성과 기술력에 자신 있다면 더 이상 대기업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 떳떳하게 경쟁해야 할 것이다. 한전 역시 비전문 기업 입찰 참여를 철저히 제한해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름만 걸고 남의 제품으로 입찰에 참여, 낙점을 받는 구태가 우리나라 에너지 신산업분야에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