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국에 버금가는 사이버안보 역량을 갖추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은 미국에 비해 육해공 전력에서 약세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사이버전(戰) 핵심기술만큼은 완전 자립이 가능한 국가라 판단된다. 미국과 기술격차도 확 줄여가고 있다. 세계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고 무인항공기(드론) 등 첨단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중국이 내놓은 스텔스 전투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최첨단 무기가 자국 연구개발뿐 아니라 미국·러시아·일본·이스라엘 등 방위산업 강국을 상대로 한 첩보활동에 기인한 바 크다. 예컨대 중국 차세대 주력 전투기인 ‘젠(殲)-20’은 러시아의 미그 1.44와 미국 F-35를 베꼈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인민해방군은 1997년 ‘악성코드 침투가 원자폭탄보다 효율적’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중앙군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후 위원회 직속 컴퓨터 바이러스 부대, 사이버공격 및 정보교란 모의훈련을 주된 임무로 하는 넷포스(Net Force), 베이징·광저우·지난·난징 4대 군구 산하에 전자전 부대를 잇달아 창설했다. 2010년 7월 전 군의 사이버 관련 전략·정보기구를 통할하는 사이버사령부(信息保障基地)가 창설됐다. 특히 자국의 컴퓨터 영재뿐 아니라 미국에서 유학한 고급 인재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채용해 편제에도 없는 사이버특수부대에 배치하고 있다.
서방 선진국이 중국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들 사이버부대만이 아니다. ‘홍커(red hacker)’라 불리는 150만명에 달하는 민간 해커가 있다. 이들은 정부 통제를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더욱 공격적이고 무차별적인 해킹을 감행한다. 맹목적이라 싶을 정도의 애국심으로 무장하고 수시로 미국·일본·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정부나 기업·개인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이 집단 공격 움직임을 드러낸 것은 1998년 8월 일어난 인도네시아 폭동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상당한 부(富)를 차지하고 있던 화교들이 공격당하자 홍커들은 인도네시아 정부 사이트를 집단 해킹했다. 2001년 4월 미군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추돌하자 양국 해커들은 상대국 정부사이트를 대거 공격했고, 홍커들이 미 백악관 홈페이지를 완전히 마비시킴으로써 그 존재를 알렸다.
중국 공산당은 이 같은 홍커 행동에 자국 내 사이트를 공격하지 않는 한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프리랜서 해커들을 직간접 국가 통제 아래에 두면서 민간 해커의 애국적 해킹 활동을 조장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미국 정보기관이 나서서 대놓고 사이버감청을 하고 자국의 사이버정책에 쓸데없이 관여한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사이버기술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공안당국 홈페이지에서 “사이버보안 분야 기술과 제품들이 서방 국가에 장악됨으로써 중국 주요 정보시스템이 적대 세력 공격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은 미국의 인터넷 기술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20년간 안간힘을 쏟아 왔다. 그간 중국 정부 인터넷 정책은 외국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외산 소프트웨어에의 지나친 의존으로 생기는 위험성은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운용체계 무단 사용을 막기 위해 해적 방지 프로그램을 보급하면서 부각됐다. 당시 소프트웨어 80%가 해적판이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프로그램이 설치되자 컴퓨터 수백만대가 다운되는 큰 혼란이 발생한 적이 있다.
중국은 자국 정부와 군 정보시스템에 서방 군사·정보기관이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린(Kylin)’이라는 운용체계를 개발해 2007년부터 정부기관에 설치했다. 기린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에 상관없이 중국이 외산 운용체계나 네트워크 장비에 의존하지 않음으로써 외부 침입에 강력한 방어 기반을 갖춘 셈이다.
그러던 중국이 정보기술 부문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해 미국과 맞대결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미국의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벤치마킹 수준을 뛰어넘어 양자 간 대칭구도를 형성했고, 화웨이(하드웨어)·샤오미(소프트웨어) 등 자수성가형 성공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인프라 확충과 국산화 정책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viking@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