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라인스 멘토그래픽스 회장 "대형 딜에도 전체 연구개발 투자 수준은 일정할 것"

올 상반기 세계 반도체 기업 간 거대 인수합병(M&A)이 잇달아 발생했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 연구개발(R&D)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세공정 개발 난이도가 높아지고 첨단 반도체 개발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외부 반도체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과 협력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든 라인스 멘토그래픽스 회장은 1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멘토 포럼’을 열고 사물인터넷(IoT) 시대 대비 전략을 밝혔다.

월든 라인스 멘토그래픽스 회장
월든 라인스 멘토그래픽스 회장

월든 라인스 회장은 “상반기 19건 인수합병이 있었고 올해 총 38건 인수합병이 있다고 가정하면 2011년(34건), 2014년(32건)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하지만 규모 면에서는 1660억달러로 7~8배 급속히 커졌다”고 설명했다.

라인스 회장은 이어 “하지만 올해 이런 흐름은 일시적이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소규모 기업이 대기업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존 흐름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에는 인텔-알테라, NXP-프리스케일, 아바고-브로드컴 등 대형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이 벌어졌다.

멘토그래픽스 조사에 따르면 상위 10개 반도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50% 수준으로 1970년대부터 2014년까지 큰 변화없이 유지됐다. 반면 상위 50개 기업 점유율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약 10% 감소했다.

월든 라인스 회장은 “이는 새로운 소규모 기업이 반도체 시장에 진출해 대기업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업 간 통합도 일어나지만 반대로 신규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도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상반기 대형 인수합병이 잇달아 발생한 원인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기업 요구 △낮은 금리 △정부 규제환경 변화로 꼽았다.

월든 라인스 회장은 “당장 반도체 회사 규모가 커지면 단위 제조원가를 낮춰 이익률을 높이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나 기업 규모가 커지는 게 곧 이익률 상승과 직결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1위는 인텔이지만 영업이익률을 기준으로 하면 리니어테크놀로지가 1위다. 양사 영업이익률은 각각 28%, 46.3%다. 뒤를 이어 ARM, TSMC, 난야, 자일링스, 퀄컴 순위로 이익률이 높다. 회사 규모보다 어떤 비즈니스를 하고 어떤 기업과 경쟁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대형 인수합병으로 기업 덩치가 커지더라도 연구개발 투자비는 전체 매출의 14% 비중을 차지하는 기존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반도체 시장 매출이 성장하면서 연구개발 비용도 상승했지만 투자 비율은 일정하다는 해석이다. EDA 소프트웨어 투자비중은 총 매출의 2%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EDA 시장에서는 제품 개별로 이뤄지던 반도체 디자인·검증 과정이 시스템 단위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툴 대신 외부 전문기업 툴을 최적화해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변화도 꾸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반도체 디자인과 설계 검증에 이르는 과정에서 가상 디자인 등을 시스템 단위로 진행하는 변화가 있어야 멀티칩이나 새로운 칩 수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며 “기업 간 통폐합이 거세질수록 시장에서 검증받고 많이 도입된 툴 위주로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