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 Let`s SEE SW] 심기보 KAIST 전산학과 교수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산업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하려면 먼저 설계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코딩 인력(개발자)은 많은데 이를 설계할 아키텍트가 없다면 건축에서 목수만 있고 설계사는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창간 33주년 특집 Let`s SEE SW] 심기보 KAIST 전산학과 교수

심기보 KAIST 전산학과 교수는 SW산업 발전 최우선 과제로 ‘설계 역량 강화’를 꼽았다. 이를 위해선 고급 개발자인 SW 아키텍트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딩 담당자가 설계부터 유지보수까지 모두 처리하는 현재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설계 역량 부족은 주문형 소프트웨어(SI, 시스템 통합) 분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SI는 고객사가 원하는 SW 시스템을 개발업체에 의뢰하면서 시작된다. 고객사는 자사가 원하는 시스템 규격과 형태, 기능 등을 명확하게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 중 제안요청서(RFP)에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담는 기업은 드물다. 원하는 시스템이 있더라도 이를 상세하게 설계해 RFP에 담을 역량 있는 아키텍트가 기업 내에 없기 때문이다.

개발 대상부터 업무 범위, 시스템 구조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으면 사업 수주 업체는 제대로 된 개발을 하기가 어렵다. 프로젝트 막바지에 가서 고객사와 개발사 간 의견 충돌이 잦아지고 시스템을 사용하는 현업 직원 불만은 높아진다.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국내 SW 개발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상당수가 발주처의 불명확한 RFP에 기인한다. 설계 능력이 없는 기업은 사업 수행사에 RFP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같은 기업 SW 개발 문화는 다른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심 교수는 “설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주문형 SW뿐만 아니라 게임, 패키지 SW 품질이 높아질 수 있다”며 “SW 제값 받기도 결국은 설계부터 제대로 한 후에 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