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 도산한 PDP산업이 디스플레이산업에 주는 교훈

[소재부품칼럼] 도산한 PDP산업이 디스플레이산업에 주는 교훈

지난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 2015’ 행사 동안 ‘PDP 레전즈(Legends)’라는 특별 세션이 진행됐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대형 평판 TV(디스플레이)의 강자로 군림하다가 LCD TV 세력에 밀려 쇠퇴하게 된 PDP산업 퇴출된 원인을 돌아보고, 이 산업 역사에서 향후 디스플레이 산업이 교훈을 얻고자 기획됐다.

우리나라 PDP산업 기초 공학 기반을 확립한 황기웅 서울대학교 교수, 미국 PDP산업 아버지 래리 웨버 박사, 일본 PDP업계 대부 우치이케 헤이주 교수 등이 초정됐다.

황기웅 교수는 PDP 기술 개발의 타임투마켓(time-to-market)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즉 소비 전력 감소나 고해상도 기술 등 핵심 기술을 ‘Correct Fast, Improvement Fast, Adapt Fast, Move Fast’하지 못해 PDP 산업이 Die(4F1D)했다고 지적했다.

웨버 박사는 연구개발 및 산업 인프라 그리고 마케팅 부족을 주요 실패 원인으로 들었다. LCD산업 대비 설비 투자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공급망이 취약했고, 연구개발 규모도 작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TV 시장에 국한된 산업 한계가 마케팅의 불리함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석준형 한양대 교수는 PDP산업의 기술적 폐쇄성이 기술 집약과 신속한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외에도 PDP가 LCD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채택 가능한 패널 크기가 제한적이어서 소비자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TFT LCD 산업은 패널 크기와 해상도, 퀀텀닷(QD), 플렉시블 등을 중심으로 차별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업체 추격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2015년 SID 학술 대회에 중국에서 제출한 논문 편수가 우리나라를 크게 앞질렀다. 연구 인력과 연구비에서도 월등하게 많이 투자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으로부터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을 구할 수 있는 구세주로 ‘OLED TV와 플렉시블 OLED 소자’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 산업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OLED 산업 생태계는 어떤가. PDP가 TFT LCD와 경쟁했던 초기 산업 상황과 많은 면에서 유사하다. 먼저 현재 거대한 공룡 산업으로 성장한 LCD 대비 OLED산업 매출액이 전체 디스플레이 산업 매출액의 10% 이하다. 2005~2008년에 PDP산업 매출액 비중이 10% 정도였다.

PDP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10% 수준 시장 규모는 산업이 생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한 관련 업체 간 적극적 협조와 성장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둘째로 PDP 소자 기술은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아 후발주자가 시장에 쉽게 진입하지 못했다. OLED도 매우 높은 진입 장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술 장벽은 해당 업체가 수익률을 확보하고, 독점적 지위를 가지는 데 필요한 요건이다. 반면에 해당 산업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추고, 궁극적으로는 산업을 쇠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체 기술 개발에만 의존하기보다 핵심 문제를 넓게 공유해 쉽게 푸는 전향적인 자세 변환이 요구된다. 즉 산업 생태계 저변을 넓히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기술적 차별성, 특히 TFT LCD 분야에서 기술적 차별성 유효기간은 6개월 이내로 매우 짧아 투자 비용 대비 수익률이 낮다. 이에 비해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 창출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는 유효기간이 수년으로 길고 수익성도 매우 높다.

OLED는 경박단소 플렉시블 등 다양한 특성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궁극적으로는 TFT LCD 산업과는 차별화되는 점이다. 따라서 TFT LCD와 동일한 적용 분야에서 경쟁하기보다는 OLED 장점을 적극 활용한 킬러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PDP산업의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OLED가 중국의 도전을 넘어 재도약하기 바란다.

김용석 홍익대학교 공과대학 학장 yskim@hongi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