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구글과 애플까지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것은 반도체가 자율주행차 성공을 가늠할 새로운 핵심 부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동차 반도체 전문 기업과 협업하며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는 수년 전부터 새로운 반도체 핵심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최대 반도체 기업이 삼성전자가 아닌 현대·기아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될 정도로 자동차에서 첨단 반도체를 채택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칩 제조사 간 경쟁 구도로 고착화됐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일반 산업용 반도체보다 더 극한 환경에 노출된다. 이 때문에 칩 성능과 안정성 기준이 높고 상용화 성능 시험에 수년이 걸린다. 웬만한 기술과 체력이 아니면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다.
지난 상반기 유럽 NXP반도체가 미국 프리스케일반도체를 118억달러(약 13조662억원)에 인수한 것은 치열해진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갖기 위해서다. 이 인수로 NXP는 인피니언, 르네사스테크놀로지 등 쟁쟁한 경쟁사를 제치고 단숨에 자동차 반도체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다양한 반도체 제품군을 확보하게 돼 공급 경쟁력도 높아졌다.
자율주행차 성사 핵심은 반도체 기술에 달렸다.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처리하기 위한 IT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고온과 저온에 수시로 노출되는 극한 자동차 환경을 버텨낼 수 있는 칩 자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기에 현재 많은 기술적 제약이 있다. 통신 보안과 칩 신뢰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간 통신도 필요하지만 주변 사물이나 도로 등과도 통신이 필요하다. 때문에 타 차량 통신에 장애를 일으키는 신호를 발생시켜 통신을 마비시키는 통신장애 공격이나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허위 정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차량 이동 경로, 차량 ID, 위치 등 개인 사생활 정보가 노출돼 행선지를 추적하거나 개인 활동 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전달·처리해야 하는 기술 특성도 신뢰성을 담보해야 한다. 안전 관련 통신정보가 자칫 늦게 전달될 경우 사고를 유발해 해당 차량 운전자는 물론 다른 차량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모든 자동차가 고유의 키 데이터를 갖게 되므로 방대한 네트워크 규모 때문에 제한이 발생하거나 교통체증 시 국지적으로 네트워크 과밀화 현상이 생기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극한 고온이나 저온, 습기에서도 반도체가 제 기능을 수행하고 통신이 두절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역할을 해야 하는 칩 자체의 안전·성능 문제도 중요하다. 반도체 자체 성능뿐만 아니라 관련 소프트웨어, 적용되는 자동차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오류가 발생하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패트릭 모건 프리스케일 안전시스템사업부 총괄책임은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칩 자체 기능적 안전을 보장하는 게 반도체 제조사 숙제”라며 “전체 칩 개발 과정에서 ISO26262를 준수하는 게 기업 간 기술 격차를 낼 수 있는 경쟁력으로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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