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 세계 드론 개발 사례

드론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기업이 있다. 중국 DJI를 비롯해 프랑스 패럿, 미국 3D로보틱스 등 성공 기업 드론 개발 사례를 짚어본다. 이 밖에 드론 시장에 새롭게 발을 내디딘 다크호스 경쟁력도 분석했다.

[창간 33주년 특집] 세계 드론 개발 사례

◇비행부터 촬영까지 상업용 드론 시장 선도하는 DJI

중국 드론 제조사 DJI는 대중화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 점유율 70%가량을 차지했다. 좋은 성능에 저렴한 가격의 드론을 실생활 곳곳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DJI는 지난 2006년 홍콩과학기술대 학생이던 프랭크 왕이 설립했다. 회사는 헬리콥터 제어기술을 연구하다 이후 멀티콥터 제작에 매진했다. 2013년 1월 ‘팬텀’을 출시했다. 창업 7년 만에 내놓은 제품은 세계 드론 열풍을 불러왔다.

팬텀은 레저용 무인 항공기와 달리 4개 프로펠러로 비행한다. 헬기와 비슷한 형태의 제품이 조종 어려움이 컸던 반면에 팬텀은 한 시간가량 연습하면 익숙해질 정도로 쉬웠다. 가격도 기존보다 저렴한 700달러 수준이었다. 복잡한 조립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 즐길 수 있다. 완제품이란 점도 일반 사용자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본사가 위치한 중국 선전의 특수성도 경쟁력이 됐다. 선전에는 세계 전자부품과 장비 제조 공장이 몰려 있다. 최신 양산 기술이 구현되고 가장 싸게 부품을 조달할 수 있다. 이에 아이디어가 실제 시제품이 되기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절반도 채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환경 속에서 DJI 기술 개발력이 더해지며 성장 시너지를 냈다.

DJI는 지난달 고화질 사진과 영상 촬영에 초점을 둔 ‘팬텀3 스탠더드’까지 다양한 기능을 가진 모델을 출시하며 드론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지난해 매출은 5억달러(약 5900억원)로 올해는 갑절로 늘어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제조를 넘어 향후 드론 시장 선두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체 개발한 고성능 컨트롤러는 이미 다른 드론 제조사 제품에도 탑재되고 있다.

DJI는 지난 5월 자사에 투자한 액셀파트너스와 함께 드론 기술과 서비스에 투자하는 펀드를 설립했다. 전체 투자 금액은 1000만달러 규모다. 항공 기술 이외에도 인공지능, 시각센서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회사는 자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이용해 영상을 처리하거나 지도 등을 제작하는 기업과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DJI 기술이 드론 관련 산업 생태계 중심에 있게 하겠다는 목표다.

◇100달러 드론부터 고가제품까지 다양성 내세우는 패럿

프랑스 드론 제조사 패럿은 최저 100달러대 드론을 출시해 저가 드론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전자전 CES에서 선보인 미니드론 ‘롤링 스파이더’ 모델 인기가 높아지며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회사는 올해 들어 일반 상업용 드론 제품 수익만 50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다른 경쟁사보다 저렴한 드론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100달러대 롤링 스파이더와 500달러 비밥도 다른 경쟁 제품에 비해 많게는 절반 가까이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다. 고가 제품으로는 2만5000달러 산업용 드론도 있다. 아이를 위한 선물용부터 영상제작, 산업용까지 다양하다.

앙리 세이두 패럿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드론은 패럿의 중점 사업”이라며 “당대 업계 선두 기업이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과 달리 신규 시장인 드론산업 발전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패럿은 자동차 주변기기 업체였지만 창업자 앙리 세이두가 쿼드콥터에 우연히 착안하며 드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파리 산업디자인 박물관에서 과거 프랑스 발명가가 디자인한 자이로플레인 모형을 보고 신사업으로 드론을 육성했다. 지난 2012년 스위스 드론 기업 센스플라이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드론 사업을 시작했다.

패럿은 스마트폰으로 장난감을 조종한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증강현실 드론을 개발했다. 사용자는 패럿이 만든 드론으로 항공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판매는 급증했다. 회사 드론 사업은 지난해까지 2년간 연매출이 4배 증가했다.

지난해 출시한 롤링 스파이더는 크리스마스 선물 1순위로 꼽히며 회사 드론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55g에 불과한 작은 제품이지만 초음파센서부터 가속도계, 압력센서 등을 모두 탑재해 바퀴를 달면 벽면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모든 기능을 스마트폰 하나로 제어할 수 있어 조종도 쉽다.

세이두 CEO는 “다양한 드론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보다 유연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선두기업이 되기 위한 전략”이라며 “드론 분야에서 선구자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전한다.

◇오픈소스로 성공 기술 발판 마련한 3D로보틱스

미국 드론 제조사 3D로보틱스는 2009년 창업 후 빠르게 드론 시장에서 주목받는 업체가 됐다. 멕시코에서 갓 미국으로 이민 왔던 호르디 무뇨스 3D로보틱스 공동창업자는 드론 취미를 살려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었다.

무뇨스 창업자는 20세에 취미로 닌텐도 게임기 위 컨트롤러를 분해해 무선조종 헬리콥터와 연결했다. 그는 관련 정보를 드론을 직접 제작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DIY드론스닷컴에서 찾았다. 그는 그곳에서 사이트 운영자 크리스 앤더슨을 만나 2009년 3D로보틱스를 공동 설립했다.

IT 전문지 와이어드 편집장을 지냈던 앤더슨 3D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 역량도 있었지만 사업 기반이 없던 회사를 지금의 성공가도에 올려놓은 것은 오픈소스다. 무뇨스와 앤더슨은 개발 과정에 다수 고객 의견을 종합해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 드론보다 가격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었다.

앤더슨 CEO는 “개방형 생태계 안에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정보를 계속 공유하다 보니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회사는 창업 5년 만에 연 수익 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미국에서만 5000만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연이은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몸집을 키웠다. 올 3월에는 퀄컴으로부터 5000만달러 투자금도 유치했다.

3D로보틱스는 IT를 접목한 드론과 다른 드론 업체에 무료로 개방하는 드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향후 다양하게 발생한 드론 시장 수요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앤더슨 CEO는 “스마트폰 시장 혁신 속도가 드론을 포함한 다른 이웃 시장으로 옮겨오고 있다”며 “투자받은 퀄컴과 협업으로 컴퓨팅 등의 제반 영역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 드론 시장에 떠오르는 다크호스는?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드론 시장에 IT 업체들이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소니는 신사업 일환으로 드론 합작사를 설립했다. 일본 자율주행 기술벤처 ZMP와 세운 에어로센스는 산업용 드론 시장을 잡겠다는 목표다.

회사가 공개한 시제품은 이륙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사전 설정된 항로로 비행을 마치고 자리로 되돌아온다. 토지 측량이나 영상 데이터 수집을 자동으로 마치고 이를 클라우드로 전송해 분석 관리한다. 오는 2020년까지 건축, 농업, 광산업 등에서 고객을 발굴할 계획이다.

사베 코타로 에어로센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소니와 ZMP) 기술 통합으로 우위에 서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프로가 몰고올 파장도 기대감이 커진다. 액션카메라 시장 선두기업 고프로는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공중에서 자유로운 촬영이 가능하도록 특화된 드론 제품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지금 드론 인기는 고프로 힘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촬영 환경에 제약이 적은 액션카메라 고프로를 드론에 달아 촬영한 영상이 인기를 끌며 일반 소비자층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카메라를 탑재한 제품이 많지만 액션카메라 노하우가 많은 고프로가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회사는 올 4월 프랑스 가상현실 기술벤처도 인수해 360도 촬영을 위한 장비 개발을 구글과 함께 진행 중이다. 향후 발표될 신제품 드론에 탑재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