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
청와대는 3일 박 대통령이 전날 저녁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진행된 시 주석 내외 주최 환영만찬에서 푸틴 대통령과 한러 관계 및 한반도 정세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상세 논의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으나 이날 오후 7시(현지시간)부터 1시간 20분간 진행된 만찬에서 박 대통령 왼편에 푸틴 대통령이 앉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두 정상은 한반도 및 지역 문제와 관련, 적지 않은 이야기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두 정상은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러 양국 관계를 평가하면서 지난 8·25 남북 고위급 합의로 남북간 대화 국면이 조성된 한반도 정세 이야기를 나눴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중국과 관계가 불편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밀월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을 감안, 박 대통령은 러시아에도 한반도 대화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부탁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인 다음 달 10일 계기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북한 비핵화 문제에 진전이 있을 수 있도록 러시아도 나서달라는 요청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 정상에도 북한의 핵실험·미사일 발사 도발 억제 노력을 강조했을 경우 이는 북한에 적지 않은 압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 역시 한반도 안정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도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북·중·러의 전통적 기본 협력 구도가 한·중·러 구도로 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한편 중국의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차 방문한 각국 정상 등이 참석한 전날 만찬에서 박 대통령의 자리는 시 주석 오른편으로 푸틴 대통령 다음에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이 이날 톈안먼 광장에서 1만2000여명의 병력 등이 동원돼 진행되는 전승대회를 어느 자리에서 참관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중국이 아직 이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대통령은 전날 만찬 대기장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과도 환담했다. 박 대통령은 또 만찬장에서 박 대통령 오른편에 앉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도 양국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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