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장수기업의 성공비결-바스프(BASF)

독일 루트비히스하펜에 위치한 바스프 본사 전경. <자료=전자신문DB>
독일 루트비히스하펜에 위치한 바스프 본사 전경. <자료=전자신문DB>
바스프 로고.
바스프 로고.

글로벌 화학업체 바스프(BASF)는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장수 기업이다. 지난 1865년 첫삽을 떠 올해로 딱 150살이다. 전 세계 곳곳에 11만3000여명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화학, 기능성 소재 및 솔루션, 농업 솔루션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진출했다.

바스프는 지난해 매출액 743억2600만유로를 기록, 전방 시장 침체기에도 굳건한 실적을 보였다. 사업 실적에서 감가상각비와 서비스 구매 및 각종 비용을 제외한 부가가치는 174억400만유로로 전년보다 늘었다.

장수 비결은 무엇보다 회사 철학이 담긴 ‘페어분트(Verbund)’ 시스템에 있다. 페어분트는 독일어로 ‘통합(integration)’을 뜻한다. 이 회사는 페어분트로 자사 역량을 고객사와 파트너 업체, 사회, 환경 등과 연결해 독특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페어분트는 생산에서부터 에너지, 정보 및 노하우, 연구개발(R&D), 구매 등 제반 부분에 모두 적용된다. 바스프 측은 “페어분트 시스템은 회사 근간이자 트레이드마크”라고 설명했다.

페어분트는 바스프 본사가 위치한 독일 루드빅스하펜의 생산통합시스템에서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지난 19세기 말부터 생산 체계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바스프도 여기에 앞장섰다. 단순히 생산용 파이프를 연결하거나 제품 물류 흐름을 조절하는 데 그치지 않고 R&D, 지식 관리, 고객사와 협력, 주변 지역과 연계 등을 포괄하는 체제로 이를 전환시켰다.

바스프는 소수 원자재로 수십여개 기본 소재를 만들고, 이를 다시 수백 가지에 달하는 중간체로 바꿔 수천 개 제품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한다. 공정 과정이 단순히 한 공장에서만 진행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공장에서 제품과 부산물이 만들어지면 이는 또다시 다른 공장 원료로 사용된다. 이 같은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여러 생산 공장을 연결한 게 생산 페어분트(Production Verbund)다. 출발점은 석유를 증기로 분해해 주원료인 프로필렌, 에틸렌 및 여러 물질로 바꾸는 대형 생산시설 ‘스팀 크랙커(Steam Cracker)’다. 여기서 시작해 160개 이상 생산기지를 2000㎞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촘촘히 네트워크화했다. 현재 바스프 생산 페어분트 기지는 독일 본사와 벨기에, 텍사스, 루이지애나 주, 난징 등에 위치해 있다.

모든 원료와 반응물질을 안전하고 빠르게 다음 공정으로 옮겨지게 만들어 제품 가격, 생산비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동시에 물류도 최적화, 환경오염에 일조할 수 있었다. 화학 공정 도중 만들어지는 에너지를 증기 시스템으로 바꿔 또다시 다른 공장을 가동하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에너지 페어분트(Energy Verbund)’도 만들었다.

정보·노하우 페어분트도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기업인만큼 직원 출신이 무척 다양하다. 때문에 바스프는 여러 자회사 전문가와 대표 간 교류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서로 간 소통을 돕는다.

유럽에 근무하는 바스프 직원이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적 경영능력 개발 교육을 받는 게 대표적이다. 이 회사 모든 임원진, 그리고 중간관리직 84%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내 생태계를 ‘흐르도록’ 만든 셈이다.

연구 페어분트도 있다. 바스프 중앙연구소는 세계 각국에 포진돼있는 연구진 및 전문가 지식이 총집결되는 곳이다. 여러 부서에서 질문이나 업무 관련 요청이 들어오면 중앙에서 이를 조절해 네트워크로 뿌린다. 초기 연구에서부터 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프로세스화된 셈이다. 대학, 연구소, 벤처기업, 파트너사와 1900여건 제휴협력을 맺기도 했다.

구매도 네트워크화했다. 글로벌 구매 페어분트를 마련해 전 세계 생산공장이나 지사 등을 포괄, 구매 수요를 하나로 모아 통제하게 만들었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구매부서를 연결해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한다. 공급 업체와는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 원료 물류 등을 개선해 공급망 비용을 줄였다. 이렇듯 바스프는 모든 것을 네트워크화해 생동감 넘치는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한국바스프 관계자는 “끊임없는 사업 재조정과 혁신도 장수기업 비결 중 하나”라면서 “페어분트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도 바스프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