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 전신마비 장애인 달리게 만든 ‘똑똑한 자동차’

“전신마비 장애인이 운전을 해서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갈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일입니다. 도로에서 실제로 운전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프리스케일과 애로일렉트로닉스가 함께 반자동 자동차를 개발하는 ‘샘(SAM:Semi-Autonomous Motorcar) 프로젝트’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직접 차를 운전하도록 돕는 게 궁극적 목표다. 핸들을 좌우로 돌리고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기능은 모두 다양한 반도체 기술로 대체한 게 특징이다.

샘 슈미트 선수(오른쪽)가 프리스케일 기술 포럼(FTF) 2015에서 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샘 슈미트 선수(오른쪽)가 프리스케일 기술 포럼(FTF) 2015에서 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프리스케일 기술 포럼(FTF) 2015’에 등장한 자동차 레이서 샘 슈미트 선수는 샘 프로젝트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표했다. 전동 휠체어에 앉은 전신마비 장애인이지만 샘 프로젝트는 그를 예전처럼 서킷에서 실력을 겨루는 레이서로 활동할 수 있게끔 해준다.

샘 슈미트 선수는 1990년대 후반 인기 절정을 달린 미국 유명 카레이서다. 지난 2000년 자동차 대회를 준비하던 중 서킷에서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장애인이 됐다. 머리를 움직이거나 어깨를 조금씩 움직일 수 있지만 어깨 아래로는 완전히 감각을 잃었다.

하지만 샘 슈미트는 여전히 ‘카레이서’로 불린다. 자동차 서킷을 빠른 속도로 완주하며 비장애 레이서들과 실력을 겨룬다. 과거 손과 발을 이용해 자동차를 조작했지만 지금은 첨단 반도체 기술 도움을 받아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만으로 운전한다.

프리스케일과 애로일렉트로닉스는 지난 6월 23일(현지시각) 미국 오스틴 ACL시어터에서 개막한 ‘프리스케일 기술 포럼(FTF) 2015’에서 전신마비 장애인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개발한 반자동 자동차를 시연했다.
프리스케일과 애로일렉트로닉스는 지난 6월 23일(현지시각) 미국 오스틴 ACL시어터에서 개막한 ‘프리스케일 기술 포럼(FTF) 2015’에서 전신마비 장애인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개발한 반자동 자동차를 시연했다.

샘 기술을 적용한 이 반자동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센서를 장착한 모자를 써야 방향을 제어할 수 있다. 좌우 방향을 제어하는 민감도 높은 센서를 장착해 고개를 조금만 옆으로 움직여도 바로 차체 방향이 바뀐다.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는 입에 문 호스로 조절한다. 호스를 물고 숨을 내뱉으면 브레이크, 들이쉬면 액셀러레이터 기능을 한다. 단순히 가볍게 숨을 쉬는 게 아니라 가하는 압력에 따라 달리거나 정지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샘 슈미트 선수는 이 반자동 자동차를 몰고 경기에 출전해 여러 기록을 세웠다.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구성원인 만큼 높은 열의를 갖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발사에 전달하며 완성도를 높인다.

샘 슈미트 선수는 지난해 이 반자동 자동차로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를 시속 97마일(156.1㎞/h)로 운전했다. 당시 인디애나폴리스 500 레이스에서 98위를 차지했다. 최고 속도 기록은 107마일(172.19㎞/h)이다.

올해 4월에는 롱비치 그랑프리 도로코스를 시범 주행했는데 50마일(약 80㎞/h)로 달렸다. 프로젝트 개발 상황에 따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대회에 참가해 성능을 시험하고 기술을 보완할 예정이다.

반자동 자동차는 프리스케일의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와 무선통신 기술을 통합 처리하는 센서퓨전 등을 장착했다. 지난 2013년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현재 3단계인 샘 2.0 버전을 개발 중이다.

애로일렉트로닉스는 오는 10월 상용화 버전 시제품을 내놓는 게 목표다. 내년에 미국 오스틴에 위치한 F1용 트랙인 서킷 오브 아메리카에서 시험 주행에 도전한다.

조셉 톰슨 프리스케일 디스커버리랩 기술 담당은 “샘 3.0 버전 시제품이 시범 주행에 성공하면 내년에 이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라며 “휠체어나 다양한 헬스케어 부문에 이 기술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장애인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샘 슈미트 선수는 “반자동 자동차가 다른 일반 자동차처럼 일반 도로를 달리려면 규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며 “샘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나도 일반 자동차 운전면허를 갖고 실제 도로를 달리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