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은 산업 경쟁력 강화·건전사회 발전의 토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국가 경쟁력 강화, 에코시스템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했다. 단순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는 차원이 아니다. 그룹 저변 건전성을 강화하고 산업군, 우군 생태계 강화를 위해서도 동반성장은 중요하다.
그동안은 대기업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판매하면서 부가가치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산업은 기술도 복잡해지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융·복합이 나타난다.
기업 간 경쟁구도도 단일 기업 간 대결이 아니라 주변 협력업체와 파트너를 포함한 기업군 간 경쟁으로 전이되고 있다.
우리나라 휴대폰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이고 주변 부품업체, 소재업체 경쟁력 확보가 필수다. 단순히 원자재·부분품만을 공급하는 회사가 아니라 휴대폰 제조사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생태계의 중요 일원이 됐다는 것이다.
기술의 융·복합화 추세 속에서 이러한 생태계의 적절한 협력과 공동대응은 더욱 강조된다. 스마트시대를 맞아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았던 TV제조사와 콘텐츠 제작사, 인터넷 서비스사업자 간의 협업도 중요해졌다.
대기업이 수출 확대에 나서면서 주변 장비업체·부품업체 수출 기회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의 기술개발 과정에서 국내 중소업체도 다양한 기술을 체득하며 글로벌 톱 수준의 경쟁력을 함께 갖추는 작업도 필요하다.
동반성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일만도 아니다. 필요하다면 ‘대-대’, ‘중소-중소’ 상생협력도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결만 할 것이 아니다. TV 패널 사이즈를 표준화하거나 유망 요소기술을 함께 개발해 공유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협력업체만 상대할 것이 아니라 우수 중소기업 기술을 함께 활용하면서 우수 중소기업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중소기업 간에도 동반성장이 가능하다. 중소기업은 자본이 부족하기 쉽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반면에 경재력이 모자란 분야가 있다. 중소기업 간에도 좋은 협력으로 하나의 큰 비즈니스를 만들자는 논의 역시 활발하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단지 내 기업 간 협업, 업종간 협의체 등 좋은 의사교류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동반성장은 단순히 상대에게 무엇을 주는 개념이어서는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또, 건전한 사회적 분위기를 위해서도 동반성장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삼성, LG, 현대차의 대표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삼성그룹은 15만명 고용효과가 예상되는 평택 반도체생산라인 건설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중소기업에 특허 3만8000건을 개방하는 등 동반성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는 총 부지 면적이 289만㎡(87만5000평, 축구장 약 400개 넓이)로 현재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 단지인 기흥·화성 단지를 합한 면적(91만 평)과 맞먹는다. 2017년까지 1단계로 총 15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로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생산유발·고용유발 계수 기준 41조원 생산 유발과 15만명 고용창출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소재, 설비와 같은 전후방 산업 발전으로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삼성은 벤처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대구·경북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활용한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중소·벤처기업과 개인 창업자에게 개방한다. 총 3만8000건에 달하며 이 중 3400건이 무상 제공된다. 삼성은 또 중소기업 특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험이 풍부한 사내 전문 인력을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에 파견, 개방 특허 중 중소기업이 필요한 특허를 찾아 제공하는 매칭 서비스를 실시한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도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매년 동반성장 데이를 개최해 삼성전자 협력업체 협의회(협성회)와 성과를 공유한다. 좋은 기술과 유망 기업에는 별도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삼성 주요 계열사도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2년 53개 우수 협력사(OLED 사업부 기준 총 42개 협력회사)에 4년에 걸쳐 개발자금 167억원을 무상 지원했다. 삼성SDS는 지난 2013년 파트너사 CEO와 경영포럼을 열었다. 180여개 파트너가 참여한 이 포럼은 삼성SDS가 파트너사와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매년 연다.
그룹 차원에서 상생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3년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에 3270억원을 투입하고 향후 5년간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이와 별도로 미래기술육성센터에서 국가 차세대 먹을거리 발굴을 위한 미래 기술 연구개발(R&D) 지원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LG그룹은 대항 특허개방, 판로개척, 금융지원 등 협력업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쪽에 집중한다. LG는 상생협력으로 더 많은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LG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LG가 보유한 5만2000여건 특허를 개방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 창업과 새로운 도전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제조 ‘서포트존’을 운영, 수억원대 장비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생산기술 노하우도 지원한다. LG는 △연구개발 지원 △장비 및 부품 국산화 △사업화 지원 △협력사 소통강화 등을 5대 중점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그린 파트터십’으로 협력사 LED, 태양광 등 중장기 신산업 연구개발을 돕는다. LG디스플레이는 2012년부터 협력사와 ‘성과공유제 협약’을 맺고 협업을 통한 성과를 적극 공유하고 있다. 장기계약, 공동특허 출원, 기술이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설비 협력사로 성과공유를 확산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LTE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개설한 후 중소기업과 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가고 있다. LG CNS는 신성장 사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하는 한편, 업계 최초로 고용노동부의 ‘중견인력 활용제도’를 도입해 고급 전문인력이 필요한 협력사에 인력을 제공하고 임금 40%를 지원하기도 했다.
LG이노텍은 수입 자재 국산화를 위해 기술교류를 활대하는 한편, 정부 출연금을 지원받는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사업을 확대, 협력회사에 성장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의 협력사와 소통 강화도 LG 강점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 CEO를 초청해 의견을 나누고 동반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동반성장 데이’를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U+동반성장보드’로 동반성장 정책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데 노력하고있다. LG전자와 LG화학은 지난해 ‘LG 소셜펀드’를 만들어 사회적경제 주체 후원도 시작했다. LG는 상반기 메르스로 인해 침체된 내수 활성화를 돕기 위해 1000억원 규모 긴급자금을 조성, 협력사에 무이자 대출, 조기 대금 지급 등 금융지원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지속성장 기반 강화 △동반성장 시스템 구축을 동반성장 3대 추진전략으로 내세운다. 협력사 기술 지원과 자금 및 인재 채용 지원, 동반성장 문화 조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는 완성차는 물론이고 주변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자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행사는 부품 협력사, 정비회사, 원부자재 협력사까지 360여개 기업이 참여한다. 구직자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협력사의 잠재적 성장동력까지 지원한다. 올해는 5개권역으로 대상을 넓혔다. 지난 3년간 총 5만여명을 채용하는 성과를 거둬 자동차산업 고용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자동차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부품 협력사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2010년부터 경영진 협력사 현장방문을 정례화했다. 현장 애로사항을 듣고 이른 시일 내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
협력사 해외진출도 적극 지원했다.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협력사와 독점 거래하는 다른 완성차업체와 달리 협업을 통해 기술이나 부품도 해외 완성차 업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초기 투자비, 경험이 부족해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를 돕기 위해 운영자금 조달지원, 금리우대 대출 지원 등 지원책도 마련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투자재원 5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매년 100억원씩 5년간 출연해 협력 중소기업 연구개발, 제조기술 향상, 해외 동반진출 등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것이 골자다.
현대·기아차는 동반성장 성과도 구체화되고 있다. 협력사 시가총액, 매출액 등이 크게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협력사 가운데 대기업 수는 2001년 46개에서 지난해 139개로 늘었다. 연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도 2001년 37개에서 지난해에는 110개까지 확대됐다. 협력사 매출액도 크게 늘어나 지난해 1차 협력사 평균 매출액은 2589억원으로, 2001년 733억원 대비 3.5배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2000년대 초부터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적극 추진해 왔고,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물론이고 주변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그룹 올해 협력사 지원 늘렸다
올해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30대 그룹은 오히려 협력사 지원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집계한 ‘30대 그룹 2015년 상반기 협력사 지원실적 및 하반기 지원계획’에 따르면 30대 그룹 올해 상반기 협력사 동반성장 지원액이 작년 동기 대비 4.5% 늘어난 8797억원에 달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0.9% 증가한 8873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에 조사된 상반기 지원실적 및 하반기 지원계획 금액을 합산하면 1조7670억원이다. 연초 지원계획 1조7330억원 보다 2% 정도 늘어난 수치다.
올 상반기 협력사 지원실적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기술혁신 부문(R&D 및 생산성 향상 지원)이 4337억원, 마케팅 부문(판매·구매 및 해외 판로개척 지원)이 2952억원, 보증대출 부문이 1260억원, 인력양성 부문이 248억원 순이었다. 하반기 지원계획은 기술혁신 부문이 4252억원, 마케팅 부문이 3114억원, 보증대출 부문이 1272억원, 인력양성 부문이 235억원이다.
협력사 지원이 느는 것은 부품 공동개발, 중소기업 판로지원 등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CJ E&M은 중기 해외 판로개척 지원으로 200여건 상담 및 현장계약 함으로써 10억원 매출효과를 냈다. SK브로드밴드도 온라인 중기 상품 판매지원으로 ‘B쇼핑’에서 거래되는 품목 90%를 중소기업 제품으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