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80>창업은 취업의 대안이 아니다.

[이강태의 IT경영 한수]<80>창업은 취업의 대안이 아니다.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올 7월 한 달 동안 신설법인이 8936개로 2000년 이후 월별 신설법인 수로는 가장 많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저성장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을 창업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신입 사원들을 더 뽑기는 힘들어 보인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중소 기업은 처음부터 직원을 더 늘릴 여력이 없으니 기대할 게 없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더는 취업에 목매지 말고 차라리 자기 사업을 해 보면 어떠냐는 취지다. 그럼 과연 창업이 일자리 창출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지금 창업하고 있는 젊은이 중 몇 명이나 성공할 것인가. 이 중 몇 명이나 취직 대신에 창업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인가. 통계를 보자. 우리나라 벤처 3년 생존율이 41.0%다. 10년 생존율은 8.2%다. 지금 창업하고 있는 회사 100개 중 59개가 3년을 넘기지 못하거나 겨우 넘겨도 10년이 지나면 8개만 남는다는 뜻이다.

벤처 얘기 나올 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벤처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다. 도전은 아름다운 것이라느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당신이 자랑스럽다느니, 실패는 성공을 위한 큰 자산이라는 식으로 얘기들 한다. 당연히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성공하기 위해 불철주야 혼신의 힘을 다한다. 사업 실패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래서 더 절박하게 회사를 경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사회적 환경이 창업에 결코 우호적이지 못하고 성공 확률도 매우 낮다.

우리나라에서 왜 창업이 그리 어려운 것인가. 우선 우리나라 시장은 대기업이 독과점으로 장악하고 있다. 벤처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대기업 빈틈을 노려 보지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어 보이면 자기 그룹과 독점적 거래를 하게 하거나 하도급업체로 수직 계열화하려고 한다. 국내 시장은 좁고, 해외로 나가려고 하니 국내에서도 인정 받지 못하는 벤처가 어떻게 해외를 상대로 장사하려고 하느냐면서 투자자들이 고개를 돌린다. 본래 큰 나무 밑에서는 풀도 자라기 어렵다.

벤처가 언론에 대고 하소연하는 것을 들어보면 항상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 때문에 어렵다고들 한다. 사업을 하면서 부닥치게 되는 각종 규제는 절대 쉽게 안 없어진다. 협회 만들고 집단 민원을 하고 온갖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국회의원이나 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을 쏟아부어도 회사 망하기 전에 규제는 안 없어진다. 그러니 규제가 없는 곳을 파고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또 지원 근거가 없다고 고개를 돌린다. 행여 규제가 곧 풀린다는 소리 듣고 사업 시작하면 절대 안 된다.

자기 돈만으로 사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젊은 사람이 창업할 때는 더욱 그렇다. 투자를 받거나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하게 된다. 투자를 유치하려면 자기 사업모델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즈음은 대부분 영어로도 해야 한다. 그러니 IT 기술자들이 자기 실력만 믿고 대뜸 창업하기 어렵다. 이런 것을 대행해 주는 업체가 많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도 시간과 노력이 한참 들어간다. 대출 대신에 투자를 받으면 맘은 편할 것 같지만 남의 돈은 남의 돈이다. 창업을 하고 난 뒤 남의 돈을 갚는 방법은 주로 상장을 하거나 M&A로 회사를 넘기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상장을 하려면 10년은 기다려야 하고 M&A를 당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돈 있는 사람들은 차라리 비슷한 것을 개발해 버리지 돈 주고 살 생각을 아예 안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벤처가 성공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재벌 SI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IT시장, 요지부동의 각종 규제, 출구가 확보돼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벤처가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창업이 힘들고 어려운데 더더군다나 취직 대신에 하는 창업, 일자리 창출만을 위한 창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창업은 절대 취업의 대안이 아니다. 취직 안 되면 내 사업이라도 해 보겠다고 하면서 두 주먹 불끈 쥐는 것은 그 도전정신은 가상하나 무모한 짓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에서도 창업에 따르는 문제점과 어려움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일단은 말려 보는 것이 올바른 지도 방법이다.

손홍민이 5년에 400억원을 받게 됐다고 모든 축구 선수들이 다 손홍민처럼 성공할 수는 없다. 이런 스타 선수 뒤에 쓸쓸히 경기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축구선수들이 훨씬 더 많다. 어쩌면 성공은 힘들고, 고통스럽고, 오래 걸리고,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스펙이 판을 치는 이 X 같은 세상이라고 욕하고 창업을 해도 결국에는 스스로 욕한 그 사회에서 부대끼면서 사업을 해야 한다. 월급쟁이 하다가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이 사업을 하는 것처럼 회사에서 일했더라면 벌써 사장 됐다는 얘기다. 성공하는 사람은 남의 회사에서 일하든 자기 회사를 가지고 있든 성공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조금 비약해서 말하면 창업으로 성공할 사람이면 대기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다른 조직에서 탐내는 그런 인재가 아니면 창업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디지털 경제 하에서는 당연히 창업은 권장되고 육성돼야 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기존의 경제구조가 바뀌고 있는 이때 젊은이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서 한번 큰 성공을 노려볼 만하다. 정부나 대기업에서도 창업을 지원하고 보호해 줘야 한다.

다만 취직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하는 창업, 준비도 안 된 채 과욕으로 하는 창업, 허접하게 시작해서 실패를 한 번 했는데 재기하라고 하는 재창업 등 멀쩡한 젊은이를 신용불량자 만드는 창업을 여기저기서 부추기면 안 된다는 말이다. 더더군다나 이런 젊은이들에게 기우제는 비올 때까지 지내는 것이라는 식으로 끝까지 도전하라고 부추기는 정말 무책임한 것이다.

창업도 취업이 가능하고, 회사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해야 한다. 그래서 창업은 창업이지 취업의 대안은 아니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