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란 말만큼 디지털 시대를 잘 보여주는 말이 있을까. 월드와이드웹(WWW)은 오늘날 신문, 책, 그리고 일상적인 대화까지 모든 것을 디지털 경험으로 바꿔가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는 이슈로 떠오른 지 불과 5~6년 만에 모든 것을 빠르게 모바일 중심으로 바꾸었다. 홍보 분야도 역시 마찬가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홍보라 함은 대부분 언론 홍보가 전면에 있었지만 이제는 언론 홍보와 디지털 홍보,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통합마케팅(IMC)이 전면에서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망을 바탕으로 최고 인터넷 강국에 올랐으며, 이제는 모바일 기술과 서비스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넘쳐나는 디지털 콘텐츠와 빠른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는 북미, 유럽, 호주, 싱가포르와 같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웨거너 에드스트롬에서 최근 발표한 ‘콘텐츠 매터스(Contents Matters) 2015:소비자 구매 행동과 디지털 콘텐츠’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디지털 시대에 기업은 다양한 디지털 접점으로 소비자와 관계를 형성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며 실제 구매로 이끌어내야 하는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구매 시 각 디지털 채널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는 모바일 기기보다 PC를 통한 구매 정보를 여전히 선호하며 소비자가 구매 결정 단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정보 채널은 ‘지인 추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많은 기업이 공들이고 있는 홈페이지 선호도는 응답자 중 7% 정도로 낮으며 소셜 미디어 비중은 8%에 그쳤다.
이는 2015년 2월 현재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80%를 넘어선 것을 생각해 볼 때 다소 의외다. 아직도 10명 중 3명은 구매 결정 시 디지털 정보를 신뢰하지 않고 모바일 정보에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식 소통 채널과 모바일 마케팅 영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기업이 정식 디지털 채널과 모바일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에 경쟁력을 얻으려면 기업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웹사이트와 앱을 제공해야 한다. 실제로 2014년 발표된 〈어도비 모바일 인덱스: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벤치마크〉에 따르면, 국내에서 스마트폰 방문자에 최적화된 웹사이트들이 스마트폰 트래픽 점유율에서 일반 사이트와 90%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각 고객층에 맞는 개인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공식 홈페이지 이용률이 낮은 것은 기업 위주 정보로 이뤄진 일방적인 소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과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기업이 제공하는 디지털 경험과 고객의 서비스 기대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해 각 고객층 요구를 파악하고 이에 맞춘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긍정적인 반응 또는 구매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디지털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기업은 다양한 채널로 소통하고 관리해야 하는 반면에 다양한 채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코카콜라는 블로그에서 언론 기사 이상의 새롭고 유용하며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디지털 마케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 어도비는 트위터를 뉴스 창구로 활용하는 한편 페이스북에서는 고객층에게 유용한 정보와 자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블로그에는 어도비 관계자와 전문가 칼럼이나 최신 트렌드 글을 올린다. 이처럼 다양한 채널에서 전략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향후에는 고객 참여와 구매를 증대시키는 데 디지털 채널과 모바일 콘텐츠 역할은 점점 커질 것이다. 인터넷으로 글로벌 기업과 해외 사례를 접하는 국내 고객의 기대 또한 점점 높아질 것이다. 이는 곧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디바이스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기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제는 기술 발전과 콘텐츠 생산을 넘어,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고객들과 소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디지털과 모바일 시대에 방법론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결국 소비자를 얼마나 이해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김재희 샤우트 웨거너 에드스트롬 대표 jessica@shoutw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