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1-Let`s SEE Emerging]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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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업계 성과와 성장동력]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스마트카와 자율주행차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산업 영역이 넓어졌다. 부품 업계는 완성차 수요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신산업 영역을 개척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고정 거래처에 마음 편히 기계 부품을 공급하던 시절은 끝났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IT 기기’가 된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혁신을 늦출 수 없다.

현대모비스 전장연구동
현대모비스 전장연구동

우리나라 대표 자동차 부품 기업인 현대모비스와 만도는 자율주행 시대 새 먹거리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장부품이 자동차를 보조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자동차 핵심 부품으로 부상하면서 LG전자 같은 전통적 전자 기업이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자 LG화학이 글로벌 주요 자동차부품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율주행차 개발은 자동차 업계 최고 화두다. 시점의 문제일 뿐 개발 자체는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20년 경에는 어떤 형태로든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센서로 상황을 인식하고, 전자제어장치(ECU)로 정보를 파악해 자동차를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 기계 중심의 자동차 부품 업계에는 낯선 센서와 통신 기술이 미래차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현대모비스와 만도는 전통 자동차 산업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미래차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달 프랑스 푸조·시트로엥 그룹(PSA)에 220억원 규모 통합형스위치모듈(ICS) 공급 계약을 맺고 유럽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만도는 지난 6월 폴크스바겐에 공급할 브레이크 캘리퍼 양산에 돌입했다. 2020년까지 시장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테슬라, 포드 등 굵직굵직한 완성차 고객사를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만도는 자율주행 기반 기술인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부문에서 선도적인 연구개발(R&D) 성과를 냈다. 지난 2013년 현대모비스보다 앞서 현대차 제네시스에 탑재되는 시스템 전체를 공급하며 현대모비스를 긴장하게 했다. 기술 난이도가 높은 자동긴급제동장치(AEB) 완전 국산화도 추진 중이다. 해외에서 공급받던 77㎓ 전방 감지용 장거리 레이더 센서를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곳도 만도다.

현대모비스도 차선이탈방지(LDWS), 차선유지지원(LKAS), 스마트주차보조(SPAS),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등 ADAS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LF 쏘나타에 양산 적용하며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ADAS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정밀 인지 및 측위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를 주요 파트너로 주목한다. 자율주행 시대에 고정밀 지도 기술이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협력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고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추진하면서 현대엠엔소프트 역시 고정밀 지도 선행 연구를 수행 중”이라며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차 측위에 필수적인 요소여서 현대모비스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공격적인 R&D 투자로 후발 주자 지위를 만회하고 있다. 최근 입사하는 신입 사원 절반 이상을 연구소에 투입한다. 선행연구 전담 조직, 소프트웨어(SW)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전자·국방 등 외부 인력 수혈에도 적극적이다.

이 같은 행보 덕분에 두 업체 모두 격변하는 산업 생태계 속에서도 매출 순위가 지속 상승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 현대모비스는 6위, 만도는 45위에 올랐다. 지난 2005년과 비교해보면 19계단, 39계단씩 순위가 올랐다. 향후 R&D 투자와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지만 성장 발판은 마련했다는 평가다.

[박순조 현대모비스 선행연구실장(상무) 인터뷰]

우리나라 대표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요즘 새 먹거리를 찾는 데 분주하다. 과거 기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자동차 전자화가 빨라지면서 덩달아 걸음이 바빠졌다. 자율주행, 지능형 자동차 관련 부품이 이 회사 새 먹거리다.

이미 전기·전자 부문 연구 인력이 전체 연구 인력 절반을 넘어섰다. 소프트웨어(SW) 개발 조직은 하나로 통합했다. 이 분야에선 후발 주자지만 따라잡는 속도는 무섭다.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차선유지지원장치(LKAS) 등 주요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성과도 냈다. 앞으로도 주요 기술은 모두 자체 개발·생산하겠다는 목표다.

박순조 현대모비스 선행연구실장(상무)은 자체 개발 기준을 묻는 질문에 “궁극적으로 모든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술을 갖지 않으면 가격 경쟁력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선행 개발 역량이 곧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또 “과거에 가져다 쓰던 기술을 자체 개발하면 기존 공급사가 가격을 크게 내려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부품 업계 기술 내재화가 곧 전체 자동차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이 이끄는 선행연구실은 현대모비스 미래 먹거리를 위해 야심차게 출범한 조직이다. 경쟁사 기술을 쫓아가는 ‘캐치업’ 과제뿐만 아니라 경쟁사도 만들지 못한 기술을 앞질러 개발하는 ‘점프업’ 과제도 수행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셈이다.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는 과제를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이 때문에 고객 수요와 글로벌 기술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박 실장은 “지금은 선행연구실 임무에 캐치업 과제가 일부 섞여 있지만 몇 년 후에는 점프업 과제만을 집중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과 자율주차 분야에는 해외 선진 업체도 아직 양산하지 못한 기술이 많아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자동차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늘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 고민해야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타 산업계 인력도 적극 수혈했다. 자율주행, 지능형 자동차 시대에 대비해 스마트폰과 국방 쪽 인력을 집중적으로 영입했다. 경기도 용인시 마북연구소에는 통신모듈설계팀이 차 대 사물(V2X) 통신에 기반한 ‘커넥티드카’ 시대를 대비하고 있고, SW 개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담 조직도 설치됐다.

그는 “ADAS 개발과 선행연구 전담 조직 출범을 기점으로 연구개발 인력이 크게 늘었고, 지금은 전기·전자 인력이 절반을 넘는다”며 “현대모비스는 이제 기계가 아니라 전기·전자 회사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선행 개발은 양산 성과로 이어졌다. 현대차 LF쏘나타에 적용한 SCC와 LKAS는 현대모비스 선행 연구를 거쳐 양산에 성공한 사례다.

박 실장은 “과거에는 양산 조직이 선행 개발까지 담당했지만 이 구조에서는 선행 연구에 한계가 있다”며 “업계를 리딩하는 단계로 올라서려면 선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제]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업계는 완성차 산업 성장, 글로벌 공급선 확대에 따라 지속 성장했지만 과제는 많다. 불안정한 영업이익률, 대기업 계열과 중견·중소기업 간 격차가 문제다. 연구개발(R&D)에 의욕적이지만 여전히 글로벌 평균과 비교해보면 R&D 집약도가 낮다. 완성차 업체 원가 절감 정책에 대한 효과적 대응, 중견기업 간 협업이 과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이 가열되면서 원가 절감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통상 연 2~3% 원가 절감이 요구된다. 일본 도요타는 2020년까지 20% 원가 절감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문제는 이 부담이 부품업계에 전가된다는 점이다. 원가 절감 폭 중 55~65%를 부품업체가 부담한다. 선진 완성차 업체는 부품업체에 연 1.1~2.0%, 수요 증가 시 2.2~3.9%까지 원가 절감을 요구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고객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부품업계 영업이익률 저하로 이어진다. 자동차 업계 1차 협력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6.5~7.5% 수준으로, 전자 업계에 비하면 낮다. 산업연구원(KIET)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품 업계 매출은 지속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10년 이후 지속 하락했다. 2010년 6.61%를 회복한 영업이익률이 2013년 기준 4.99%로 내려앉았다.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R&D 집약도는 미래 성장 발목을 잡을 암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규모가 커지면서 R&D 투자도 확대했지만, 기업 규모 별로 격차가 크다. 연 매출 5000억원 이상 부품업체 39개사 R&D 집약도도 2.18%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2500대 R&D 투자 기업에 등재된 매출 5000억원 이상 동종 기업 100개 평균인 4.48% 절반 수준이다.

중소·중견 부품 기업 성장성 확보를 위해 협업도 거론된다. 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과 공동 생산, 합작 투자를 모색해 혁신 소기업형 협업 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항구 KIET 선임연구위원은 ‘제조 협력업체의 경영 현황과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 R&D 투자는 현대·기아차 그룹이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 부품 업계 R&D 투자도 증가하고 있지만, 경쟁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대모비스 글로벌 부품업계 순위 및 매출(자료 : 오토모티브 뉴스, 단위 : 백만 달러)〉

[창간 33주년 특집1-Let`s SEE Emerging]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 현재와 미래

[창간 33주년 특집1-Let`s SEE Emerging]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 현재와 미래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