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학계는 체내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이식용 센서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난항을 거듭했다. 인체는 자기방어기질로 인해 몸 안으로 들어온 외부 물질을 상처조직으로 둘러싸거나 파괴해 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몸 안에서 건강과 관련된 생물학적 화합물을 탐지하는 의료용 센서 개발에 카본 탄소 나노튜브가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나노물질 인체 유해성 검증 등이 논란거리지만 최근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화학회 연례회의에서 나노튜브로 만들어진 센서를 혈류 속에 주입하거나 피부 밑에 이식해도 안전하다는 예비실험 결과가 나오며 기술 활용에 탄력이 받는 추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에 다양한 형태 고분자 복합체를 코팅해 센서를 만드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연구진이 개발한 일산화질소(NO) 측정 센서는 실험용 쥐 체내에 400일 이상 머무르며 아무런 염증이나 이상도 초래하지 않았다. NO는 염증을 나타내는 신호전달분자로 다양한 암 유발 여부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NO 센서는 혈류 속에 들어가서도 문제없이 동작했으며 나노튜브 독성이 나타나기 쉬운 폐 모세혈관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피하에 이식해 포도당이나 인슐린 농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센서도 개발했다. 나노튜브가 갖는 천연 발광능력을 이용한 것이다. 나노튜브 센서가 포도당이나 인슐린 분자와 접촉하면 빛이 밝아지거나 흐려진다. 무선장치가 포함된 패치를 위에 부착해 센서 발광 상태를 측정, 스마트폰 등에 데이터를 전송해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형태다.
혈액장애, 간질환, 심혈관질환 위험 등을 판단할 수 있는 피브리노겐 농도 측정 센서도 있다. 나노튜브에 폴리머와 뉴클레오타이드 혼합물을 코팅한 후, 이 중에서 피브로노겐에 결합하는 형태를 가진 것을 골라낸 것이다. 혈액 샘플 속 피브리노겐 농도를 측정하거나 인체조직에 이식해 실시간으로 측정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 같은 센서 개발이 의사들의 진단 업무를 단순화·자동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인체 적합성 등 확인 과정을 거쳐 암 치료용 센서 등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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