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기존 개념에선 `소비자 편익` 무시..."통신비 개념 바꿔야"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고 데이터 중심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통신비 개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소비자가 얻는 편익이 실제 내는 비용보다 훨씬 큰데도 현행 통신비 개념이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모바일뱅킹을 하거나 동영상 강의를 듣고 정보를 검색하는가 하면 내비게이션으로도 활용하는데 여전히 현행 통신비는 이 같은 ‘편익’ 개념 없이 음성통화 중심 과금만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슈분석]기존 개념에선 `소비자 편익` 무시..."통신비 개념 바꿔야"

정보통신산업연구원(KICI·원장 임주환)은 최근 내놓은 ‘통신서비스 비용 및 편익 분석’ 연구보고서에서 “통신 소비자가 실제로 지출하는 금액 대비 얻는 편익이 세 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통신비 개념을 바꿈으로써 기존 개념에서 소외된 편익을 드러내 분석 틀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서비스 편익 분석…“지출 대비 세 배 편익”

정보통신산업연구원은 조사에서 통신서비스를 커뮤니케이션과 금융·교육·엔터테인먼트·SNS·정보·위치기반 서비스 모두 7개로 구분했다. 커뮤니케이션은 기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의미한다. 나머지 6개 분야는 모두 데이터로 이뤄지는 서비스라는 특징이 있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 거주하는 20~59세 성인남녀 300명에게 주관적 만족도와 비용절감액 등을 고려해 서비스별 편익을 금액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쉽게 이야기해 ‘지금 사용하는 서비스를 위해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은 것이다.

그 결과 7개 서비스 총편익은 평균 11만1758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 300명 평균 통신비(단말 할부금 제외) 4만1011원과 비교하면 2.72배 많은 것이다. 대략 4만원을 지불하고 11만원어치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1인당 매달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면서 7만원 정도 편익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올 1분기 이동통신 3사 가입자 1인당 평균매출(ARPU)인 3만5498원과 비교하면 편익은 3.15배로 더 커진다. ARPU는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통 3사가 서비스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편익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통신소비자가 얻는 편익 규모는 얼마나 될까. 정보통신산업연구원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수요함수 모델을 이용한 편익분석을 시도했다. 소비자가 지불해도 좋다는 가격(수요가격)에서 실제로 지불한 금액(시장가격)의 차액인 ‘소비자 잉여’를 구했다. 그 결과 2012년 1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년 3개월 동안 누적 소비자 잉여는 7조1720억원으로 추산됐다. 통신서비스 이용자가 연간 2조원 넘는 편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통신비 개념이 필요…“소비자 편익 반영해야”

정보통신산업연구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두 연구결과는 현재 통용되는 ‘통신비’ 개념에 의문을 던진다. 데이터 중심 시대가 열리면서 스마트폰으로 얻는 소비자 편익이 실제 지출하는 통신비보다도 훨씬 크다는 것이 사실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현행 통신비 개념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소비자 편익이 ‘사각지대’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현행 통신비는 단순히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만 표시된다. 통계청은 가계통신비를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용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구입하는 장비(단말기) 비용의 합’으로 정의하고 이를 ‘통신서비스’와 ‘통신장비’로 구분하고 있다. 결국 스마트폰 구입비와 매달 납부하는 이동통신요금만 통계로 잡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 통신 소비자가 얻는 편익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도입으로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보다 데이터를 활용한 통신서비스가 통신생활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특히 지난 5월 KT를 시작으로 이통 3사가 일제히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무선통신 가입자 7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기존에 다양한 기기로 이용한 교육·금융·동영상·게임·음악·위치정보·SNS·정보검색 등 서비스를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까지 가세하면서 오히려 음성통화는 스마트폰 부가기능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게 됐다.

정보통신산업연구원은 우선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는 새로운 통신비 개념을 정립한 뒤 향후 통계청 분류체계를 바꾸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효실 정보통신산업연구원 산업정책실장은 “데이터 중심 시대로 바뀌면서 모든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경제생활을 하는 디지털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통신비 개념은 기존 음성통화 시절에 머물러 있다”며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활용해 얻게 되는 편익이 모두 드러날 수 있는 새로운 통신비 개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