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주요 선진국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1%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흥국 경기 악화와 원유가격 하락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을 고민중인 미국, 양적완화 종료 선언을 앞둔 유럽 당국자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시장 투자자가 예상하는 선진국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 지수가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BEI는 미래 물가상승 기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중장기 물가 상승률은 1.4%, 유로존과 일본은 1%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집계 이후 크게 하락한 수치다. 미국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 들어 최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 하락 우려가 커지는 배경에는 세계 경제 둔화가 있다. 중국을 시작으로 시장이 연쇄적으로 주가 하락세를 보이며 각국 BEI가 떨어졌다. 중국 경제 리스크가 신흥국을 넘어 선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국제 상품시장에서 원유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것도 물가 상승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원유가격은 6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저유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물가 전망이 어두워지며 2% 물가 상승률을 목표로 금융 완화정책을 펴온 미국과 유럽 등 경제 정책도 기로에 서게 됐다.
미국은 오는 16일과 1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서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공개된 8월 미국 실업률은 5.1%로 전월 대비 0.2% 감소했지만 물가 상승세 둔화 등 향후 경제 상황이 불투명해지며 금리 인상을 결정지을 확실한 지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물가 전망을 낮췄다. 유로존 소비자 물가는 지난 4월,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났지만 이후 0.2% 정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마이너스로 다시 떨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양적완화 종료 계획을 미룰 가능성을 밝히며 추가 경기부양 정책에 나설 수 있음을 밝혔다.
일본은 저유가 영향으로 물가 상승률이 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일본경제연구센터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시장 전문가 중 31%가 일본은행이 다음 달 추가 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0.3%로 집계됐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