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시즌이다. 국회는 날카로운 칼을 갈고 있다. 그야말로 밤을 새우며 감시의 눈을 부릅떴다. 국민을 대신하는 일이니 게을리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국감스타’도 탄생한다. 고생한 데 따른 보상 격이다. 하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이어서는 곤란하다. 국감스타를 노린 ‘흥행몰이’여서도 안 된다. 그것은 국민이 준 권한을 남용하고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이 연일 정부 실정을 비판하는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고 있다. 경청할 만한 내용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일부는 의심스럽다.
미래위 한 의원은 8일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 번호이동 건수가 40% 이상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시장 역동성이 크게 저하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계절 및 명절 특수가 사라졌다고까지 했다. 이 말만 들으면 마치 이동통신시장이 40%나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단말기유통법이 이동통신시장을 죽였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이동통신시장에는 번호이동만 있는 게 아니다. 기기변경과 신규가입도 있다. 특히 단말기유통법 이후 기기변경이 크게 늘었다. 모두 합하면 시장크기는 겨우 0.3% 감소했을 뿐이다. 그는 이것을 정말 몰랐을까.
같은 위원회 한 의원 역시 3일 SK텔레콤 사내유보금이 지난해 말 13조원이나 되며 이는 가입자가 1억명인 미국 버라이즌보다도 6배 많다고 비판했다. 역시나 이 말만 들으면 마치 SK텔레콤이 13조원이나 쌓아두고도 통신요금을 내리지 않는 파렴치한 기업인 것처럼 보인다. 이것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 ‘사내유보금’은 회계학적으로 편의상 만든 용어다. 투자한 돈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쌓아둔 돈’과 무관하다. 실제로 SK텔레콤이 가진 현금은 8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들 의원에게는 이런 기초적인 회계 상식이 없었던 것일까. 두 사례 모두 모르고 그랬다면 전문성 문제고 알고도 그랬다면 국민 기만행위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