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가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너지포럼]가뭄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발(旱魃). 가뭄을 뜻하는 한자어다. 한(旱)은 가물다, 가뭄이라는 뜻과 함께 ‘사납다’는 뜻을 갖고 있다. 올봄을 지나 여름 중반까지 그 의미 그대로 한발 기세가 사나웠다. 가뭄에 가슴 타는 나날이었다. 마른하늘에 마른 땅은 사납게 갈라졌다.상반기 강수량은 예년의 68% 수준에 불과했고 한강수계 발전용 댐 유입량은 예년의 48%, 수도권에 안정적인 용수공급이 어려워 제한공급을 고려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급기야 지난 7월 4일 화천댐 저수위가 전력생산이 가능한 최저수위 이하로 떨어졌다. 댐이 건설된 194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최악의 가뭄 탓이다. 식수조차 부족해질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생한 한강 하류지역 녹조를 해결하기 위해 댐 방류량을 늘리기에는 저수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수력 및 양수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가뭄대책 비상상황실’을 구성하고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평소 한수원이 운영하는 발전소는 전기 생산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가뭄으로 힘겨워 하는 상황에 너나할 것이 없었다.

발전용 댐 전력생산보다는 용수비축과 효과적인 용수공급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유관기관과 실시간으로 가뭄 상황을 공유하며 정부 홍수통제소를 중심으로 일원화된 협조체제를 가동했다. 댐 현장에서는 긴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수차발전기와 취수구 등 주요설비를 점검하며 용수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태세를 갖췄다.

화천댐은 저수위 이하 상태에도 용수공급을 위해 20여일 동안 약 7800만톤 비상방류를 시행했다. 덕분에 소양강댐과 충주댐은 최악의 저수량 저하와 용수공급 경계단계 발령을 피할 수 있었다.

선선한 가을이 왔지만 가뭄은 완전히 해소된 상황이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가을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 등 어려움을 겪어본 바 있다. 비가 적게 오는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까지도 가뭄 어려움이 이어질 수 있어 한수원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면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깜깜한 밤만큼이나 동틀 무렵 새벽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법이다.

1999년 이후 물 관리 일원화를 위해 국토부에서 통합 운영 중인 ‘댐·보 등 연계운영협의회’를 정교하게 다듬고 홍수통제소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 유관기관 간 물 관리 정보 실시간 공유와 소통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새로운 댐 건설과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효율적 용수 공급 관리와 함께 사용 측면에서 낭비되는 곳이 없는지 세심히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개개인은 ‘물을 물 쓰듯’ 하지 않는지 생활습관을 되돌아봐야 한다.

이상 기후현상으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가뭄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한 바 있으며 OECD는 회원국 중 우리나라 물 스트레스 지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에너지 안보 못지않게 ‘물 안보’도 핵심 이슈가 됐다.

이번 가뭄을 계기로 한수원은 모든 발전용 댐 무효방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댐 및 발전방류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했다. 또, 강수량, 수위, 발전량 등 상호 연관되는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향후 한강수계 홍수조절과 최적의 용수공급 시스템 전반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한수원은 앞으로도 집중호우와 가뭄 등 재난상황 대비태세를 강화해 한강수계 발전용 댐의 필수적인 전력 공급력을 확보하고 효율적인 댐 연계 운영으로 용수공급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전영택 한국수력원자력 수력양수본부장 jun.youngtaik@khn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