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았다. 아이패드 신제품에 MS 오피스 프로그램을 탑재한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MS를 모방꾼으로 비판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애플은 더 나아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가 처음 채택한 스타일러스펜도 아이패드 신제품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 역시 잡스가 “필요없는 것”이라고 폄하했던 것이다.
애플 변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삼성전자를 향해 ‘모방꾼’이라고 몰아붙이던 애플이 삼성전자 S펜을 모방한 것 역시 변화무쌍한 비즈니스 세계를 잘 보여준다.
애플이 자존심을 접고 경쟁사와 손잡거나 벤치마킹한 것은 시장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기술 혁신은 한계에 이르렀고 시장은 포화 상태다. 애플도 이런 상황에서 자체 생태계만 고집해선 성장은커녕 시장점유율도 방어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비단 애플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기업도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전자제품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중국기업 저가 공세에 시장을 지키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애플은 위기 돌파 카드로 적과의 동침도 불사했다. 금기를 깬 애플은 안드로이드폰 생태계와 연동도 고민할 것이다. 아이폰 생태계에 국한된 단말기와 콘텐츠 판매량의 한계가 보이기 때문이다.
혁신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는 우리 기업도 애플 전략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안드로이드 울타리에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애플 아이폰 생태계와 연동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미 스마트워치에서는 이런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시대가 됐다. 스스로 친 울타리를 과감하게 깨야 시장공간이 열린다. 사냥터를 넓혀야 사냥감이 많아진다. 글로벌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