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 일본 도쿄 긴자. 이곳의 관문 스키야바시교차로 소니 빌딩 앞 21㎡ 넓이의 작은 삼각형 광장 ‘소니 스퀘어’는 언제나 북적인다.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던 8월 21일도 올해 48회째를 맞은 ‘소니 아쿠아리움’ 14톤 대형 수조를 보려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1㎡당 공시지가만 3000만엔을 넘는 금싸라기 땅으로 지상 8층 소니 빌딩에 포함했을 경우 연 면적 약 167㎡, 금액으로 400억8000만엔 가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구치 아야노 소니 홍보·CSR부 기업홍보담당은 “소니 스퀘어는 1960년 기획 때부터 ‘시민을 위한 공간을 남겨두라’는 모리타 아키오 창업자의 뜻이었다”며 “소니 아쿠아리움과 같은 전시 콘텐츠, 외부 홍보 등이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소니 빌딩은 소니와 일본 전자산업 시작과 부흥을 모두 담은 ‘일본 전자산업의 얼굴’이다. 1층부터 4층까지 마련된 ‘소니 쇼룸’에는 연간 세계에서 80만명이 소니 신제품을 만나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룬다.
1966년 문을 연 소니 빌딩은 건축 당시부터 ‘일본의 얼굴’을 자처했다. 모리타 창업자는 긴자를 ‘일본의 상징이자 관문’으로 일컬으며 당시 소니 자본금을 훌쩍 넘은 32억엔을 토지 구입과 건설비에 투자했다. 패전의 잿더미를 극복하기 위해 신칸센 개통과 도쿄올림픽 준비로 온 나라가 들떴던 때였다.
소니 빌딩은 건축학적으로도 세계적 유산이다. 각 층을 반으로 자른 복층 구조 공간을 나선형으로 돌며 카메라, 워크맨, 4K TV, 플레이스테이션4 등을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한 1~4층 ‘소니 쇼룸’ 구조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일본 문화훈장을 받은 건축가 아시하라 요시노부가 모리타 창업자와 함께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영감을 얻은 ‘꽃잎’ 형태 설계를 세계 최초로 적용한 것이다. 누구나 계단 이동에 불편함 없이 동선 내내 소니를 만날 수 있는 ‘쿨 이미지’를 상징한다.
하지만 소니 쇼룸이 가장 특별한 이유는 모든 제품을 직접 만지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어느 곳보다도 소니 최신 제품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소니 오타쿠’의 순례지로서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한다. 관리 부실로 인한 구형 제품 방치는 ‘새로운 소니’에 허락되지 않는다.
카메라를 이용해 직접 사진촬영을 할 수 있고,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라이프스페이스UX’가 적용된 4K 초단초점 프로젝터로 4K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매각된 노트북 ‘바이오’도 ‘범소니’로서 갖춰놓았다.
이들 제품은 4층 소니스토어와 연계돼 국가별 규격에 맞게 구입이 가능하다. 면세혜택도 제공된다. 계열사 ‘소니 마케팅’ 소속 전문 인력이 고객 제품 구입과 수리, 상담 등을 돕는다.
‘일본의 관문’을 자처하는 만큼 최고를 지향하는 관리 철학도 엿볼 수 있다.
1961년 출범한 ‘소니 엔터프라이즈’가 소니 빌딩을 반세기간 일본 랜드마크로 육성하며 빌딩 콘텐츠 기획·운영, 소니 스퀘어 임대 등 수익사업을 맡는다. 1966년 개관과 함께 세계 이목을 끈 2300여대 브라운관 TV로 꾸민 외벽, 2007년 최신 프로젝터와 음향기기를 갖춰 문을 연 8층 ‘OPUS 홀’이 대표적이다.
소니 외의 것을 모은 상업시설에도 “소니뿐만 아니라 일본 최고를 모아야 한다”는 모리타 창업자 뜻이 담겼다. 1층 영국식 맥줏집 ‘펍 카디날’ 등 최고급 레스토랑, 의류·보석류를 판매하는 부티크 매장 등이다. 특히 펍 카디날은 1966년 개관 때부터 소니 빌딩 터줏대감이다.
일본 건축 전문지 ‘닛케이 아키텍처’는 1976년 8월 23일자에서 소니 빌딩을 ‘일본 재건’ 상징으로 꼽았다. 세계 전자업계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쇼룸’을 일본 중심에 세운 저력에 대한 자부심이자 이를 후손에게 자랑으로 남겨야 한다는 의지였다.
이날 오후 1층 소니 쇼룸에서는 소니 과학프로그램 일환으로 우유팩, 플라스틱병 등 폐자원을 이용해 직접 작동이 가능한 헤드폰을 만들며 소리 원리를 알고 환경보호를 일깨우는 어린이 과학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구치 담당은 “소니 빌딩이 50여년간 일본의 상징으로 자리해 온 배경에는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추구 의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도쿄(일본)=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