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소식에서 최근 미 우주항공국(NASA)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스페이스X’다. 민간우주업체 스페이스X는 물자를 실어 나르거나 도전적인 우주개발 실험으로 주목 받고 있다. 설립된 지 채 15년도 되지 않았으나,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를 목표로 기술력을 빠르게 축적 중이다.
◇엘론 머스크의 도전
스페이스X는 2002년 엘론 머스크에 의해 설립됐다. 그가 세운 유명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보다도 1년 앞섰다. 머스크 창업자는 페이팔을 만들어 벌어들인 수익을 우주개발 사업에 쏟아 부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안전하지 못한 투자라며 그를 평가했다. 하지만 10여년 동안 이룬 성과에 그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화성 오아시스’라는 머스크 콘셉트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화성에서 작물을 재배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는 당시 이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러시아 발사 로켓을 구매하려 했지만 너무 비싼 가격에 부딪혔다. 수차례 시도 끝에 그는 차라리 직접 로켓을 만드는 것이 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결과 스페이스X가 설립됐다.
스페이스X는 로켓 엔지니어로 유명한 톰 뮐러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첫 로켓 개발을 시작했다. 팰컨 1으로 불린 첫 싱글 엔진 탑재 로켓은 2003년 11월 처음 발사됐다. 100kg 소형 화물을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첫 발사 성공을 시작으로 스페이스X는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2005년 1월 서레이 새틀라이트 테크놀로지 지분을 10% 인수했다. 투자자 시선도 달라졌다. 2006년 머스크가 회사에 1억달러를 투자한 이후 회사는 파운더스 펀드에서 2000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2012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드래곤 캡슐을 새 로켓 팰컨9에 실어 발사했다. 지난 2008년 NASA와 맺은 계약 일환이다. 2012년 말 회사는 전체 40번의 발사를 포함해 40억달러 규모 계약을 확보했다. 2013년 말에는 50번의 향후 발사 계획을 수주했고 이 중 3분의 2가 상업용 발사였다.
◇실패를 딛고 새로운 우주를 향해
스페이스X는 어떻게 하면 우주개발 비용을 낮출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회사는 로켓 재활용을 시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로켓 발사에서는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방법이다. 재활용 로켓을 사용하면 기존 발사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 1월 세계 관심은 팰컨9 발사에 쏠렸다. 스페이스X는 이미 몇 차례 ISS로 우주화물을 보내는 데 성공했지만 발사 로켓을 처음으로 수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1단 로켓을 상공 80㎞에서 분리시켜 바다에서 수거하겠다는 계획이다. 분리된 로켓은 엔진을 다시 점화해 상단 날개를 펼쳐 지상으로 속도를 낮추며 내려오게 된다. 안전한 수거를 위해 대서양 위에 축구장 절반 넓이에 달하는 해상 착륙 선박도 만들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로켓이 해상 착륙장에 내려앉았지만 너무 강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부서졌다. 회사는 이어 4월에도 또 다시 로켓을 발사하며 1단 로켓 회수에 나섰다. 역시 착륙에는 성공했지만 또 다시 추진체가 훼손돼 실패하고 말았다.
스페이스X 시련은 계속됐다. 6월 쏘아올린 팰컨9이 폭발하고 만 것이다. ISS에 공급할 식료품 등을 실은 무인우주선은 발사 후 2분 20초 만에 폭발했다.
머스크 CEO는 기자회견에서 철제 버팀목이 부러지며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헬륨 가스를 지탱하던 버팀목이 부러져 가스가 로켓 액체산소탱크로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다른 제조사 제품으로 버팀목을 바꾸는 것과 동시에 정밀 조사를 추가 진행 중이다.
폭발 사고 이후 스페이스X는 예정된 발사 계획을 잠정 유보했지만 이달 다시 새로운 도전 계획을 발표하며 우주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기존 팰컨9보다도 더 큰 ‘팰컨 헤비’ 발사다.
팰컨 헤비는 초대형 로켓으로 53톤까지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 기존 국제우주정거장(ISS) 물자 수송에 이용하는 팰컨9 로켓 세 개를 묶어 함께 사용한다. 과거 달을 탐사한 아폴로호를 쏘아올린 새턴5 로켓 이후 최대 크기다.
스페이스X는 내년 봄 팰컨 헤비를 첫 발사하기로 결정했다. 리 로슨 스페이스X 발사 미션 담당 부사장은 기대감을 드러내며 “내년 4월 말에서 5월 초 발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켓 재활용도 동시에 추진한다. 회사는 팰컨9뿐 아니라 팰컨 헤비 발사에도 로켓 회수를 시도할 계획이다. 회사는 오는 2017년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도 준비 중이다.
<스페이스X기업 개요 (자료: 외신 종합)>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