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앤트맨’은 슈트를 입으면 개미만큼 작아지는 히어로가 주인공이다. 어떤 원리로 사람이 개미만큼 작아질 수 있는지 영화는 설명하는데 ‘원자 간 간격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물체의 크기를 조절한다’는 식이다.
과학적으로 이를 입증하거나 근거를 찾기는 힘드니 상상력을 발휘한 설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사람이 앤트맨으로 변신하는 원리는 아직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지만 아주 작은 물체를 조종하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가능하다.
이른바 ‘초소형 로봇’이다. 영화 ‘앤트맨’ 주요 줄거리는 앤트맨을 양산해 군대를 만드는 것을 히어로가 저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초소형 드론을 방산 산업에 적용하는 시도는 몇 년 전부터 꾸준하게 이어져왔다.
각종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10cm정도 되는 ‘블랙호넷’을 군대에 보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미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테스트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g이 채 안 되는 무게에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블랙호넷은 정찰이 주목적이다. 병사가 전투현장에서 블랙호넷을 휴대하고 있다가 사각지대 등에 적이 있는지 탐지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대당 4500만원정도로 비싸지만 아군 전력을 보호하고 적을 제압하는데 탁월해 보급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 앞으로 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을 죽이는데 쓰이는 ‘앤트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술현장에서 쓰이는 초소형 로봇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라이언 헤이워드 교수팀은 지난해 종이처럼 접히는 수술용 로봇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1cm가 안 되는 이 로봇은 몸을 접어 폭을 0.2cm까지 줄일 수 있다.
온도에 반응하는 물질이 핵심 기술이다. 인체에 무해한 ‘하이드로젤 스마트 시트’를 활용해 특정 온도에서 주위 수분을 흡수해 입체적인 모양을 갖추도록 설계했다. 미세한 수술이 필요한 장기나 혈관에 이 로봇을 넣으면 보다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권동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몸에 구멍을 뚫거나 메스로 절개하지 않아도 되는 수술용 로봇을 개발 중이다. 입이나 항문 등 외부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 환부에 접근해 수술한다.
일명 ‘자연개구부 관통 내시경 수술법(NOTES)’인데 이 연구가 상용화되면 수술 후유증 등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앤트맨은 ‘보이지 않는 것’을 힘으로 활용하다. 인간의 시력이 미치지 않을 정도로 작아진 로봇은 인간이 상상하는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다. 작은 것이 큰 힘을 가지는 ‘역설의 시대’가 멀지 않았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