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미래는 앱이다. 우리는 1만명이 넘는 TV앱 개발자가 있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애플TV 신제품을 내놓으며 한 말이다. 아직 애플TV에 이렇다 할 생태계가 없지만 개발자가 애플 자신감의 근원이다.
새로운 TV시장 미래를 노리는 애플은 그 가능성을 개발자에게서 찾았다. 아이폰을 통해 앱스토어 성공을 확인한 덕이다.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을 스마트폰에서 노트북, 스마트워치로 확대한데 이어 TV까지 넓힌다. 이미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 알고 있다.
지난 4월 애플워치를 출시했지만 벌써 관련 앱은 1만개가 넘는다.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워치를 내놓고 다양한 제조사가 가세했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은 약 4000개에 지나지 않는다. 시간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개발자 지원과 얼마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생태계 형성 관건이다. 끊임없이 개발자가 수익을 내며 즐길 수 있는 ‘장’이 중요하다.
팀 쿡 CEO는 애플개발자콘퍼런스(WWDC)를 비롯해 신제품 발표장에서 항상 개발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행사장에 있으면 개발자가 얼마나 대우 받는지 느껴진다.
애플은 하드웨어 제품 발표와 함께 관련 운용체계(OS)와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공개한다. 서드파티(3rd Party) 회사가 개발한 앱도 소개한다. 이렇게 소개된 앱은 단번에 ‘스타’가 된다.
우리 기업은 어떤가. 여러 소프트웨어 기업 대표는 “대기업과 협력하지 않는 게 살 길”이라며 “그들이 변심해 개발사를 내치면 그대로 문을 닫는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 대기업은 협력기업을 ‘을’도 아닌 ‘정’으로 여긴다. 소프트웨어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개발자에게 감사는 커녕 그들 노하우를 빼내 카피하거나 버리는 데 익숙하다. 결국 개발자 생태계는 허약해지고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대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때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는 것도 개발자다.
우리는 애플이 왜 저렇게 괴물 같은 수익을 올리며 발전하는지 알고 있다. 개발자는 미래 사업의 불확실성을 가능성으로 바꾸고 창조적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사람들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