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테크노밸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벤처 요람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앞 다퉈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 창업 지원 공간이 늘어나고 지원 프로그램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연말이면 ‘스타트업 아카데미’를 끝으로 장장 10년에 걸친 조성 공사가 완료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내년에는 제2 판교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이 시작된다. 46만㎡(14만평) 규모 제2 판교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이 완료되면 총 112만㎡(34만평) 규모로 확장된다. 물론 제2 판교테크노밸리가 조성돼도 전체 면적은 실리콘밸리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입주기업이나 경제 효과는 실리콘밸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판교테크노밸리는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문화기술(CT) 등 첨단 융합기술 분야 대표기업이 밀집한 첨단 기술단지다. 1000여개 입주기업 가운데 84%에 달하는 840여개가 첨단산업 분야 기업이다.
업종별로는 IT기업이 약 650개로 전체 64%를 차지한다. BT기업이 100여개로 10%를 차지하며 CT기업은 8.7%가 입주했다. 나노기술(NT) 기업도 11개사(1.1%)가 입주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37개사로 3.7%, 중견기업이 100개사로 9.9%를 차지했다. 나머지 85%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대기업과 중견기업 비중이 약간 늘었다.
입주기업 매출액은 약 70조원 규모에 달한다. SK가스와 삼성중공업, SK C&C 등 대기업이 추가로 입주하고 기존 입주기업 매출이 늘면서 지난해보다 16조가량 증가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지난해 약 6만명에서 올해는 7만여명으로 1만명 이상 증가했다. 인구수나 경제 규모 면에서 웬만한 소도시를 능가한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도 판교테크노밸리에 문을 열었다. 지난해 판교에 SW융합지원센터를 개소한 미래부 두 번째 스타트업 지원기관이다. 내로라하는 첨단 기업이 이곳에 몰려 있어 산업 생태계 조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이끌어가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지난 3월 경기도가 입주기업 대표자 모임인 ‘판교글로벌리더스포럼’을 발족한 것도 이런 환경을 십분 활용하자는 목적이다. 입주기업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산학연이 융합하는 공동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판교글로벌리더스포럼은 지난 8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제3차 포럼을 열고 ‘판교테크노밸리와 기업혁신’을 주제로 토론했다. 코너 맥나마라 아마존 아태지역 전략총괄을 초청해 아마존 혁신 스토리를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판교글로벌CTO클럽도 출범했다. 삼성전관 대표 및 삼성종합기술원장을 거쳐 농심 회장을 지낸 손욱 차세대융합기술원 기술경영솔루션센터장이 산파역을 했다. 향후 판교글로벌리더스포럼 산하기구로 활동할 예정이다.
손 센터장은 “판교 입주기업 최고기술경영자(CTO)가 모여 토론하고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연결고리를 만들어 줌으로써 새로운 개념의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KT, SK텔레콤 등 대기업이 참여해 매우 고무적”이라며 “아이디어에 목마른 대기업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중소벤처나 스타트업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판교테크노밸리에는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 많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SW융합클러스터를 운영하면서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SW융합, 게임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창업 전 주기 지원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미래부가 KT와 함께 운영하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공공지원센터 5층에 스타트업 지원공간을 마련했다. 공공지원센터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입주하면서 아예 간판까지 바꿔 달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 6층부터 9층까지 4개 층에는 경기콘텐츠진흥원 산하 경기문화창조허브와 경기콘텐츠코리아랩이 둥지를 틀었다. 또 H스퀘어 옆에 위치한 삼환컨소시엄 건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글로벌게임허브센터와 모바일게임센터가 입주, 게임 분야 스타트업을 육성 중이다.
내년 2월이면 경기도 스타트업아카데미도 문을 연다. 경기도는 이곳을 대학이나 연구소 등이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가지고 들어오도록 개방하기로 했다. 대학이나 선발 기업이 참여해 멘토링 하고 기술과 마케팅 지원 및 파이낸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시스템화해 스타트업 요람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세계적인 벤처캐피털인 이스라엘 요즈마 그룹도 이곳에 요즈마 캠퍼스를 설치, 우수 아이디어를 발굴해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
제2 판교테크노밸리는 아예 처음부터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된다. 벤처 캠퍼스와 혁신타운을 조성해 혁신형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하고 인재들이 모여 소통하고 교류하는 도시공간도 만들 계획이다.
남경필 도지사는 이를 “꿈과 끼가 있는 젊은이들이 아이디어 창업을 하는 ‘스타트업 시티”라고 불렀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