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드라마 수출로 출발한 한류는 케이팝, 케이컬처를 거쳐 이제 ‘한류 4.0’ 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류박람회가 대성황을 이뤘다. 올해 일본과 미국에서 열린 한국 문화콘텐츠 행사 케이콘(KCON) 역시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돼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 콘텐츠 저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세계 문화콘텐츠 산업은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을 모두 넘어서는 2조달러 규모 거대 시장이다.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산업 경쟁력은 세계 8위 수준이며 성장률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선진국의 거대 콘텐츠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현재 지속적인 정부의 창업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사업체 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3% 감소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 콘텐츠 기업은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 수출을 위한 노력과 지원이 절실하다.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 60%를 차지하는 게임은 해외 게임업체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물량공세를 펼치며 2013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방송 콘텐츠 역시 넷플릭스 등 글로벌 파워를 지닌 대형 제작사와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은 중국 제작사가 국내 시장 진출을 준비하며 위협받고 있다.
판권, 라이선싱, 공연 등 실물 거래 중심 콘텐츠 유통은 앞으로 IT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유통으로 전환되면서 국경 없는 콘텐츠 전쟁이 예상된다. 지상파나 케이블이 아닌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해 세계를 넘나드는 넷플릭스 사례만 보더라도 콘텐츠 시장에서 국경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은 문화콘텐츠를 새로운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고 일찍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방송콘텐츠 산업을 군수산업과 함께 2대 주력산업으로 지정하고 시장 주도형 산업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1998년 ‘크리에이티브 브리튼(Creative Britain)’을 기치로 내걸고 콘텐츠 산업에 정책적·비용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 역시 장기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발표한 ‘쿨 재팬(Cool Japan)’ 전략을 앞세워 콘텐츠 수출 지원펀드 조성, 콘텐츠 인재양성과 보급기반 정비에 전폭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문화콘텐츠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문화산업진흥계획’을 추진 중이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나라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특히 한국은 IT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돼 있다. 아카마이의 최근 인터넷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인터넷 평균 속도 5분기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초고속인터넷 도입률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터넷 인프라로는 지금의 대용량 콘텐츠를 빠르고 안전하게 전송할 수 없다. 세계 시장에서 안정적 디지털 콘텐츠 유통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고성능 글로벌 IT 인프라가 필수다. 세계 어디서나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사용량이 급증해도 빠르고 안전하게 콘텐츠 전송이 가능한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세계 주요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 선도기업, 국내 유수 포털과 게임 기업이 글로벌 규모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춘 CDN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가 해외 거대 기업과 당당히 경쟁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규모 IT 인프라를 활용해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한류 4.0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디지털화와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 한국은 뛰어난 콘텐츠와 IT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다. 여기에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콘텐츠를 전송하는 기술이 더해진다면 한류 4.0 미래는 밝을 것이다.
손부한 아카마이코리아 사장 bsohn@akama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