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 미국에서 가장 큰 전시 시설 가운데 하나인 이곳에 수만명에 달하는 현지인이 운집했다. K팝, K푸드, K영화, K패션, K뷰티 등 모든 한류 콘텐츠를 한자리서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케이콘(KCON) 2015 USA’가 열렸기 때문이다.
케이콘은 CJ그룹이 한류 콘텐츠 산업화를 위해 지난 2012년부터 개최한 세계 최대 한류 페스티벌이다. 모객 효과가 높은 K팝 콘서트와 함께 국내 대기업·중소기업 상품을 선보이는 복합 컨벤션 행사다. 현지에서 직접 팬과 소통하며 국내 기업에 해외 진출 발판을 제공한다. ‘한류 산업화’를 타진하는 셈이다.
케이콘 현장은 개막일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몰리며 장사진을 이뤘다. 한국 아이돌 그룹 노래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는 현지인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K팝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정성스레 만든 ‘한글’ 피켓을 들고 나타난 10대 청소년도 많았다. 케이콘은 문화 중심지 미국에서 한류 콘텐츠로 인종과 계층, 나이 벽을 허물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한 한류다
케이콘 기간 동안 LA컨벤션센터를 찾는 방문객 행렬은 끝없이 이어졌다. K팝 가수를 직접 볼 수 있는 콘서트를 비롯해 유튜브를 이용한 한국어 강좌, 한국 드라마 제작 과정, 다도 체험, 비빔밥 만들기, 화장법 배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방문객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K팝 스타가 직접 방문한 컨벤션 부스는 발 디딜 틈 없이 방문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슈퍼주니어, 씨스타, 신화, AOA 등 한류 가수가 대거 출연한 엠넷(Mnet) ‘엠카운트다운’은 케이콘 백미였다. 1만5000장에 달하는 관람 티켓은 매진에 가까운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티켓 구매자 가운데 90% 이상이 미국 국적 소지자로 확인됐다. 한류가 미국 주류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관객들은 K팝 스타가 등장할 때마다 공연장이 떠나갈 듯 환호했다. 시쳇말로 한국어 가사를 ‘떼창(무리지어 노래를 따라 부름)’하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이들은 콘서트가 끝나자 LA컨벤션센터 주차장으로 빠르게 발길을 옮겼다.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K팝 스타를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담아두기 위해서다.
주차장 앞 4차로 도로는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면서 한동안 교통이 마비됐다. 일부 팬은 한국 취재진을 향해 ‘코리아’를 외치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도 했다. 한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글로벌 창조경제 ‘한류 산업화’
올해 미국 케이콘은 LA와 뉴욕에서 잇따라 개최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CJ그룹은 지난 2012년부터 케이콘을 개최한 LA에서 컨벤션 기간을 기존 이틀에서 사흘로 늘렸다. 3일간 진행한 컨벤션과 엠카운트다운 콘서트 2회로 지난해보다 많은 현지 팬과 만났다.
뉴욕에서는 8월 8일 하루 컨벤션과 콘서트를 진행했다. 일주일 동안 미국 동서부를 횡단하며 4일간의 컨벤션과 엠카운트다운 공연 3회를 선보인 셈이다.
CJ그룹은 올해 미국과 일본에서 9만명에 달하는 관객을 끌어 모은 케이콘이 55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를 만들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기록한 2800억원 대비 갑절가량 늘어난 수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한류 생산유발효과 등을 기준으로 한국에 관한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따른 국내 기업 수출 증가 효과가 약 4514억원, 관광객 유입 효과가 약 58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NBC, CBS, LA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세계 150여개 매체가 한류 열풍을 보도해 얻는 홍보 효과는 400억원을 웃돌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과 도요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케이콘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농심, 아시아나, 아이오페, 네이버 등 한국 기업도 스폰서로 이름을 올렸다.
길성미 CJ E&M 아메리카 마케팅 총괄(CMO)은 “케이콘 규모가 확대되면서 기존 스폰서가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며 “신규 스폰서로 참여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지난해부터 우수 중소기업을 케이콘에 초청해 미국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지 고객과 바이어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는 일본과 미국 LA를 합해 총 81개(일본 41개, LA 40개) 중소기업이 케이콘 컨벤션에 참가했다.
샴푸 전문업체 에코마인 문외숙 대표는 “수년 전부터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했지만 자체 역량만으로 모든 준비를 하기는 어려웠다”며 “케이콘에서 현지 고객에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케이콘, 글로벌 상생협력 플랫폼
CJ그룹은 케이콘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CJ그룹은 올해 미국 케이콘에서 현지 바이어를 대상으로 기업 간 거래(B2B) 수출상담회를 개최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확대, LA 소재 한인 기업의 미국 네트워크 확대 등을 주제로 ‘비즈니스 콘퍼런스 2015’도 열었다. 법무, 회계, 보험, 금융, 인사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기업인, LA소재 한인 기업, 투자자, 창업희망자에 다양한 세션을 제공했다.
케이콘은 중소기업과 현지 바이어, 관람객을 연결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온한국어는 미국 케이콘에 참가한 또 다른 한류 상품 판매 기업 에이치엠인터내셔날, 코팬글로벌과 한글 워크북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류 콘텐츠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기획된 케이콘은 지난 2012년 미국 LA에서 첫 개최 당시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CJ그룹은 문화산업을 지속 확대하겠다는 방침 아래 투자 규모를 지속 확대했다. 이에 따라 케이콘은 현재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소기업의 인큐베이터로 안착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CJ그룹 케이콘 사례를 최고경영자(MBA) 과정 케이스 스터디로 채택했다.
케이콘을 총괄한 신형관 CJ E&M 상무는 “케이콘은 한류 콘텐츠 파워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케이콘 개최 지역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
역대 케이콘 개최 현황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