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전성시대다. 올해 새로 출고된 차 중 16%가량이 수입차다. 수입차 점유율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8월까지 누적 등록대수는 지난해보다 23%나 증가했다. 내수 시장 방어를 위한 국산차 업계 노력이 눈물겹다.
주변 주차장을 채우기 시작한 수입차를 더는 국내 산업 저해 요인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국산차 업계가 최근 공을 들이는 디젤 세단은 수입차 업계가 먼저 치고 나온 분야다. 해치백이나 왜건처럼 실용적이지만 생소했던 차도 앞장서 대중화했다.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산차 업계는 제품을 다양화하고, 최대 강점인 사후서비스와 고객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상 반독점 상태였던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복지부동이던 우리 자동차 산업에 건전한 자극제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편법 영업과 과시성 소비구조 문제 개선이다. 대부분 수입차 브랜드는 자체 금융사를 끼고 영업한다. 고금리와 무리한 판촉으로 ‘카 푸어’를 양산하는 영업 행태는 국정감사 단골 먹잇감이다.
일부 소비자의 과시형 소비, 이를 부추기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 수입차 최대 고객인 법인·개인 사업자는 업무용으로 차를 등록하면 세제 혜택을 받는다. 비싼 차를 구입할수록 절세 혜택이 크다. 개인 용도로 차를 써도 검증할 길이 없다. 판매상도 이런 편법을 은근히 부추긴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3시리즈보다 5시리즈가(BMW), C클래스보다 E클래스(메르세데데스-벤츠)가 잘 팔리는 유별난 나라가 됐다. 비싼 차를 타는 것은 자유지만 ‘사장님 차’ 비용과 세제 혜택이 어디서 나오는지 뻔하다. 묵묵히 일하는 그 회사 직원과 성실히 세금 내는 국민 주머니다.
수입차가 ‘부의 상징’이던 시대가 저물고 대중화 시대가 도래했다.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진 것은 물론이고 건전한 경쟁 구도도 만들 수 있는 기회다. 소비자 피해 방지책 마련, 합리적인 소비 시장에서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이 전제 조건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