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업계가 최저가 제안 업체를 선정하는 국방부 ‘2단계 최저가 입찰’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통신장비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원가 이하 출혈경쟁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저가 중국산 제품이 국방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15일 전자신문이 방위사업청 통신장비 교체 사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부터 2단계 최처가로 진행된 사업 일부가 예정 가격의 80% 미만으로 사업을 수주했다. 2단계 최저가 낙찰제는 1단계 기술평가에서 일정 수준 이상 기술 점수를 받은 업체 중 2단계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지난 7월 진행된 ‘2015년 육군 노후 랜 교체사업 1지역’은 투찰률 64.569%에 낙찰자가 가려졌다. 투찰률은 예정가격 대비 투찰(낙찰) 가격을 의미한다. 예정 가격이 100원이면 제안 업체가 65원 미만에 사업을 수주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투찰률이 80% 이상은 돼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육군 노후 랜 교체사업 2지역’ 투찰률은 1지역보다 낮은 59.484%다. 2013년 육군 IP텔레포니(인터넷전화) 사업은 53.14%에, 2013년 해군 노후랜은 49.08%에 사업자를 선정했다.
한 네트워크 업체 임원은 “이런 식으로 출혈경쟁을 하면 결국엔 모두가 손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일단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매출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 제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스위치, 라우터 등 통신장비가 들어가는 랜과 IP텔레포니 등 일부 통신장비에 2단계 최저가 입찰제를 적용해왔다.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도 2단계 최저가 적용으로 잡음이 일기도 했다.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등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종합낙찰제나 적정가격 평가제는 업체 영향력이나 평가자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
반면에 제안하는 업체는 출혈경쟁을 펼치며 적자를 감수하는 상황이 잦을 수밖에 없다. 사업 수주를 위해 정상 가격 이하로 투찰하면 대형 제안사뿐만 아니라 협력사인 중소기업에도 피해가 커진다. 제안사가 마진을 남기기 위해 공급가를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비 가격이 낮아지면 사업 품질은 떨어진다.
최근엔 노후 랜 교체 사업에 특정 기업이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자 중국산 논란도 불거졌다. 해당 기업에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가 중국 업체로 최저가 낙찰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해당 업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이를 반박하면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국방부 통신장비사업 관계자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지만 업체 마진이 줄어드는 등 2단계 최저가 제도가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사업을 발주하고 입찰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각 군과 국군재정관리단이 협의해 결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비업계는 여러 제안사가 제출한 가격 평균을 적정가격으로 정하고 특정 한도 이상 또는 이하로 가격을 제안하면 감점을 주는 등 새로운 입찰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단계 최저가로 진행된 국방 사업 투찰률 / 자료:방위사업청 국방전자조달시스템>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