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 전 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 융합화가 급진전되면서 소프트웨어(SW) 역량이 기업 성장과 생존을 좌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SW혁신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반면에 노키아, 소니는 SW 경쟁에서 뒤처지며 글로벌 선도기업에서 쇄락의 길을 걷고 있다. GE, 삼성, IBM 등 글로벌 제조기업 ‘SW 기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자동차 등 주력산업 제품 전장화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SW가 창출하는 부가가치 비중이 30% 이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제조업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전략으로 ‘제조업 혁신 3.0’을 내놓았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이 바로 ‘SW융합형 20대 부품’이다. 제조업 혁신 3.0 ‘스마트 공장’과 ‘13대 산업엔진’이 ‘숲’이라면 SW융합형 20대 부품은 ‘나무’라 할 수 있다.
지난 8월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소프트웨어(SW) 융합형 20대 부품’을 발표하고 R&D 수행자들과 상호 공감대 형성을 위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SW 융합형 20대 부품은 2013년 이후 산업부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R&D 과제 중에서 13대 산업엔진 등에 탑재될 핵심 부품과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부품들로 구성돼 있다. 단순 부품이 아닌 SW를 내장해 지능화된 부품으로 자율주행 자동차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지능형 로봇, 스마트 선박, 사물인터넷(IoT) 등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품들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소재 부품산업은 무역흑자 1000억달러 시대를 열었고, 이 중 소재부품 무역흑자 효자인 부품산업이 77%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올해 7월, 부품 분야는 수출 1104억달러, 무역흑자 507억달러를 기록해 우리나라 수출의 35%, 무역흑자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 환경을 감안한다면 부품산업 무역수지 흑자의 달콤함에만 빠져 있을 수 없다. IT서비스·SW·3D프린팅 등 새로운 ICT 도입, 타 산업과 융합현상이 가속화되는 제조업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기반은 점차 약해지고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엔진 창출이 필요한 지금, 국내 주력산업 부품 고도화를 위한 SW융합형 20대 부품 조기상용화는 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EIT는 SW융합형 20대 부품 조기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외 사업화, 고용창출 등 주요 성과지표를 수립하고, 체계적인 성과관리를 바탕으로 R&D 결과물이 조기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SW융합형 20대 부품 범주에 포함됐지만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Hidden Area Tech’ 중 조기상용화가 필요한 신규 R&D를 우선적으로 발굴해 세계시장 선점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더 나아가 SW융합형 20대 부품이 주력산업 완제품(시스템)에 탑재돼 활용될 수 있도록 부품기업과 수요기업 간 긴밀한 전후방산업 협업을 이끌고 있다.
SW융합형 20대 부품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은 ‘스마트 산업혁명’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정부 투자와 기업의 과감한 실행력이 한데 어우러져 해외시장을 뚫는다면 세계에서 한국 SW 융합형 부품이 위상을 떨칠 날도 머지않았다.
김상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소재부품산업평가단장 kst@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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