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가 이뤄지면서 기업 사업구조개편이 다음 현안으로 떠올랐다. 제조업·수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체질 개선을 촉진하는 이른바 ‘원샷법’ 입법 논의를 시작한다. 논의 폭에 따라 산업구조 개편도 예상된다.
16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이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정기국회에 상정된다. 다음 달 13일쯤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여는 등 입법 작업을 시작한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하 특별법)은 기업이 시장·산업 변화에 맞춰 자발적 사업재편과 혁신에 나서도록 지원한다. 인수합병(M&A)·합작투자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해 사업재편을 촉진한다. 해당 기업에 세제·금융지원 등을 제공한다. 소규모 합병 요건 완화, 주주총회 소집기간 단축, 지주회사 규제 한시적 연장, 세제 지원 근거규정 마련 등이 주된 내용이다. 사업재편 관련 모든 절차를 한 바구니 안에 담아 ‘원샷법’으로 불린다.
일본이 지난 1999년 제정한 ‘산업활력법(현 산업경쟁력강화법)’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일본은 법 제정 이후 올해 2월까지 628개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 승인기업 87%가 생산성 향상 목표를 달성했다. 평균 460명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
특별법은 국내 제조업이 글로벌 공급 과잉과 후발국 거센 추격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준비됐다. 국내 상장사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1년 5.7%에서 지난해 4.8%로 떨어졌다. 일본은 같은 기간 5.7%에서 7.2%로 올랐다.
올해도 부진이 이어졌다. 주력 산업으로 꼽히는 조선은 상위 3개 업체 모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경제발전 원동력이던 수출은 8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정부는 선제적 사업개편 차원에서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특별법 발의를 먼저 준비한 것도 정부였다. 정부 관계자는 “대기업이 망하면 협력사 중심으로 구성된 중소기업 기반도 무너진다”며 시급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미 특별법 관련 부처 협의를 마쳤다.
여당도 적극적이다. 새누리당은 16일 경제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갖고 정기국회 중 기업 자발적 사업개편을 독려하는 법안 처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특별법 조기 처리와 함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 개정에도 힘쓴다.
기촉법은 기업구조조정을 금융제도 차원에서 지원한다. 한시법으로 올 연말 일몰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일몰 연장을 넘어 상시법 전환을 추진 중이다.
강석훈 TF단장은 “외부감사대상 기업 2만5000개 중 한계기업이 2009년 2798개에서 지난해 3295개로 증가했다”며 구조조정 관련 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계기업은 경쟁력을 잃어 더는 성장하거나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다.
재계는 당정 사업개편 지원 입법작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경련·대한상의 등 5개 경제단체는 연내 특별법 처리를 희망했다. 지원대상 확대 등 일부 부족한 부분은 시행령 단계에서 보완을 요구할 계획이다.
입법작업이 원활하게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특별법 준비 단계부터 대기업 특혜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제조업 위기를 극복할 법안 마련 취지는 공감하지만 구조조정 이익이 대기업에 편중되고 기존 규제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했다.
야당 지적에 이현재 의원실은 “유사한 법을 시행한 일본은 수혜를 입은 기업 중 60%가 중소·중견기업으로 대기업 특혜법이 아니었다”며 “다음 달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안) 주요 내용 (자료: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