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의료기기가 미국 대형 구매대행회사(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에 공급된다. 미국 의료기관 95% 이상이 GPO를 거쳐 필요 물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삼성이 미 의료기기 시장 공략에 필요한 핵심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 GPO 전문업체 ‘프리미어’와 의료기기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10월 1일부터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 브랜드 디지털 엑스레이(DR), 컴퓨터단층촬영기(CT), 초음파진단기 등을 프리미어가 유통한다. 병원 등 미국 내 의료기관에서 수요가 발생하면 삼성 의료기기를 소개, 판매하는 방식이다.
프리미어는 의료기관에 필요한 장비·의약품 등을 구매·공급하는 기업이다. 미국 3600여개 병원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대형 GPO로 삼성 의료기기 사업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의료기기 시장에서 GPO 영향력은 매우 크다. 미국 대형 GPO 협회인 HSCA에 따르면 미국 내 5000여개 병원 96% 이상이 GPO에 가입돼 있다. 병원에서 구매하는 품목 72%가 GPO를 거쳐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GPO 개념이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병원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유통 단계”라며 “삼성은 프리미어를 통해 의료기기 판매 확대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이 미국에서 대형 GPO와 계약을 맺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 10월 ‘메드애셋(Medassets)’에 이어 프리미어까지 미국 3대 GPO 중 두 곳을 파트너로 확보했다. 세계 최대 의료기기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의 사업 확대와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삼성 의료기기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의료기기 시장에 특화된 유통망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프리미어와 계약이 성사됐다”며 “삼성 제품이 선진 의료기기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으로 매우 긍정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의료기관이 의약품·검진재료·의료장비 등을 개별적으로 구매하지 않고 외부 대행업체를 거쳐 다른 병원과 공동으로 일괄 구매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의료기관 자발적 수요로 GPO가 활성화됐다. 운영비 절감 방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제조사에 GPO는 최종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