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리즈는 효율적이면서도 운전 재미가 살아 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BMW 정체성이 그대로 담긴 차다. 40년 간 1400만대라는 놀라운 판매고가 BMW의 정성을 입증한다. 명실상부 브랜드 최다 판매 차종이다. 3시리즈가 더 효율적인 엔진, 더 날렵한 디자인을 갖추고 돌아왔다. 대표 모델인 뉴 320d를 직접 타봤다. 서울 창전로 BMW 마포전시장에서 경기도 양주시 소재 한옥카페까지 약 40㎞ 구간을 달렸다.
BMW는 320d를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이라고 부른다. 결코 크지 않은 차체에 넘치는 힘을 갖춰 운전 재미가 살아 있다. 그저 안락하기만 한 ‘일반 세단’과 차별화를 추구한다. 운전의 재미란 곧 달리는 재미다. 우선 페달 반응이 민첩하다. 터보차저를 단 디젤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지체도 없다. 최근 독일차들은 본연의 역동성보다 안락함을 강조하는 추세지만 밟는대로 밀고 나가는 탁월한 가속력만은 여전하다.
고속 주행을 즐기려면 안정적이면서도 민첩한 코너링이 필수다. 낮게 깔리는 접지력이 뛰어나다. 웬만큼 달려도 불안한 흔들림이 없다. 후륜구동 특성 상 무게 중심이 뛰어나다. 엔진은 앞 쪽, 바퀴를 굴리는 구동축은 뒤쪽에 위치했다. 급하게 핸들을 꺾어도 차가 밀리거나 뜨는 느낌이 없다. 모든 면에서 운전 재미를 고려한 차다.
3시리즈를 ‘스포츠 세단’이라고 부르지 않고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데는 고급차 브랜드 자부심이 담겼다. 강한 차지만 거칠지 않다. 정숙하고 완숙하다.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을 잘 다듬었다. 저속에서 ‘탈탈’ 거리는 소리는 전혀 느낄 수 없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나는 ‘그르릉’ 소리는 오히려 듣기 좋다.
가속감도 일반적인 고성능 차와 다르다. ‘치고’ 나가는 느낌이 아니라 ‘밀고’ 나가는 느낌이다. 웬만큼 급가속을 해도 승차감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 하지만 속도계를 보면 한꺼번에 3~4㎞씩 수직 상승 중이다. 제동감 역시 부드럽다. 정차 마지막 순간 쏠림 현상을 최소화했다. 훌륭한 전·후 균형이 인상적이다.
인테리어 소재와 마감은 다른 BMW 시리즈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상위 차급인 5시리즈와 7시리즈도 타봤지만 3시리즈 격이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신형 3시리즈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턴-바이-턴 경로 안내뿐만 아니라 주행 속도 등 유용한 정보를 함께 표시한다. 시야를 돌리지 않은 채 유리창 쪽으로 눈 한번 치켜뜨는 것만으로 웬만한 정보는 다 파악할 수 있다. 색상 역시 풀 컬러로 구현해 여러 정보를 띄워도 혼란이 없다. 무엇보다 어두운 터널, 따가운 햇살 아래서도 시인성이 떨어지지 않았다.
3시리즈는 BMW의 ‘격’과 ‘실력’을 한 데 표현하는 차다. 가장 자신 있게 ‘동급 최고’를 자부하는 모델이다. 신형 3시리즈 역시 BMW 자부심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최고 주력 차종이라 할 수 있는 320d 상품성은 명불허전이다.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엔진을 교체해 주행감 개선에 초점을 뒀다. BMW가 강조하는 ‘이피션트 다이나믹스’의 효율과 역동을 느끼고 싶다면 3시리즈를 반드시 경험해 봐야 한다.
<BMW 뉴 320d 주요 제원(자료 : BMW 코리아)>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