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동차에는 앞유리(윈드실드·Windshield)가 없었다. 운전자는 날카로운 바람과 돌조각, 먼지, 쓰레기에 그대로 노출됐다. 고객과 자동차 제조사 모두 유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처음에는 집에서 사용하는 창문 유리를 그대로 썼다. 하지만 날아오는 물체에 부딪혀 유리가 깨질 경우 더 위험했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승객을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늘날 자동차에는 안전유리가 사용된다. 충격을 받아 깨져도 파편이 흩어지지 않고 금만 간다. 일반 판유리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강도를 자랑한다. 자동차용 안전유리는 접합유리(Laminated Glass)와 강화유리(Tempered Glass)로 구분된다.
주로 앞유리에 사용되는 접합유리는 유리 두 장 사이에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비닐부티랄(PVB) 필름을 넣어 샌드위치 형태로 접합한다. 충격이 가해져도 필름에 의해 유리가 그대로 붙어 있도록 설계한다. 사고 시 유리 조각으로 인한 2차 인명 피해를 방지한다.
옆, 뒤, 썬루프 유리로 사용되는 강화유리는 접합유리와 달리 한 장 유리로 구성된다. 500~600℃ 이상 고온으로 가열한 후 성형 과정을 거쳐 고압 공기로 급속 냉각한다. 일반 유리에 비해 굽힘 강도는 3~5배, 내충격성은 3~8배나 증가하게 된다. 내열성도 뛰어나다. 파손 시 날카롭지 않은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흩어진다.
자동차 뒷유리에는 비가 오거나 습한 온도에서 생기는 습기(김서림)를 없애주는 열선이 들어간다. 유리 속에 넣은 가는 니크롬선으로 열을 발생시켜 김서림을 없애주는 원리다. 이 열선에 방송 전파를 수신 기능을 포함시킨 ‘글라스 안테나’도 있다. 별도 안테나를 설치하지 않아도 될뿐만 아니라, 수신 성능도 일반 안테나보다 뛰어나다.
자동차 유리의 발달과 함께 윈드실드 와이퍼 기능도 발전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비를 감지해 자동으로 와이퍼를 작동시키는 레인센서 타입도 나왔다. 빗물이 앞유리에 떨어지면 룸미러 앞 쪽에 설치된 센서가 감지한다. 적외선으로 빗물 양과 속도를 감지해 와이퍼의 움직임과 속도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운전 중 와이퍼를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자동차 앞유리를 이용한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최신 기술이다. HUD는 원래 이동 속도가 매우 빠른 전투기 등에서 조종사 전방 시야 확대를 위해 개발됐다. 차량 운행 정보를 앞유리에 투영시켜 표시해준다. 운전 중 계기판이나 내비게이션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야 분산을 막고 운전 집중력을 향상시켜 사고를 방지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