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전화성의 스타트업 교과서](https://img.etnews.com/photonews/1509/725792_20150917150333_661_0001.jpg)
지금 청년들은 똑똑하고 능력이 있으며 스펙 또한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졸업 후 첫 직장을 갖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무려 12개월이라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학생들과 직접 살을 부대끼고 있는 나로서는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나는 그들이 스펙 쌓기에 공을 들이는 시간과 비용, 노력을 과감히 포기하고 좀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는데 투자했으면 한다. 스스로의 인생에 참된 주인이 되는 삶의 첫 번째 단추는 창업에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100세 시대. 대학 졸업 후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누구나 창업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기왕 할 것이라면 한시라도 젊을 때 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책 본문 중)
16년차 벤처기업가(CEO)이자 벤처투자자, 대학 교수이자 스타트업 멘토, 영화감독이자 칼럼니스트인 전화성씨가 ‘전화성의 스타트업 교과서’를 세상에 내 놓은 이유는 위 글에 다 녹아 있다.
책은 창업을 준비하거나, 창업을 두려워하거나, 창업에 무관심했던 이들에게 조차도 창업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를 던져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밌다. 제목에 ‘교과서’라는 딱딱한 표현이 달려 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저자는 아마도 창업의 ‘A to Z’를 알려주기 위해 교과서라는 단어를 택한 것 같지만 16년차 벤처 CEO, 영화감독, 투자자라는 그의 실제 경험에서 나오는 사건·사고가 버무려져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눈을 떼기 어렵다.
모든 창업자 고민인 ‘아이템 찾기’ 부분에 관한 제언을 보면 ‘아…’하고 탄성이 나온다. 자신의 벤처사업 경험과 스타트업 멘토로서의 교류, 투자자로서의 시각에서 분석한 냉철한 방법론은 매우 구체적이다. 창업 이론과 실제 현실이 조화돼 이해를 돕는다. 그가 차안에서 1시간 동안 목 놓아 울었던 사연에서는 기업하는 이들의 애환을 진솔하게 느끼게 한다.
‘전화성의 스타트업 교과서’ 키워드는 ‘불만’이다. ‘불만’이라는 단어가 이 책에서 쓰여 지는 의미를 ?다보면 창업 아이템이 보이고,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비결이 보이고, 성공한 CEO로의 길이 보인다.
‘단언컨대 페인(Pain)을 어떻게 해소할까에 대한 고민 없이 뛰어든 사업은 폐인이 되는 지름길이다. 불만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아라!(책 본문 중)’
저자는 ‘pain’이란 단어를 ‘불만’이라고 풀어냈다. 실제 pain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아주 귀찮은 사람, 골칫거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페인(pain)이 없으면 폐인이 된다’는 재미있는 표현을 만들어 낸 것에서도 ‘창업=불만 해소’를 강조하려는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전화성씨가 말하는 창업은 불만을 사업으로 바꾸는 기술인 셈이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저자의 나이가 궁금해진다. 저자가 겪은 경험, 성공, 좌절, 재도전, 누군가의 멘토, 투자 사례 등에서 중후한 중견 사업가·교수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의 분위기는 너무 젊다. 저자 약력을 들춰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사회 평균보다 한 세대(20년) 빨리 쓰디쓴 사업적 실패를 경험했고 빨리 추슬러 재기했다.
저자가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소개하고 있는 ‘치킨 비즈니스’와 ‘피자 비즈니스’의 차이를 접하는 순간, 독자는 ‘발로 뛰는 저자’ ‘저자가 이 책을 발간한 이유’를 소름끼치도록 명확하게 느끼게 된다.
저자는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며 40세 나이에 많은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그에게 타이틀은 사회와 ‘소통’하는 수단일 뿐 명예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그래서 표현이 소박하고 꾸밈없다. 대체할 수 없는 새로운 트렌드 전문용어를 제외하고는 쉬운 단어로 자신의 경험을 엮어가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저자는 책에서 기업가 정신을 ‘두렵지만 행동할 수 있는 용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평소 스타트업 후배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신생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기부를 정기적으로 실천해 왔다.
저자와 대화하다보면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황철주 이사장을 떠올리게 된다. 2005년 사재를 출현해 장학기술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던 황 이사장은 ‘자신을 이만큼 키워준 것도, 자신이 앞으로 키워나가야 할 것도 인재’라며 사회 공헌을 강조해 왔다. “기업가 정신은 성공한 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 위치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전하는 그들의 기업가정신 철학은 묘하게 닮아 있다.
전화성 지음. 이콘출판㈜ 펴냄. 1만2800원.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