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진행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발전공기업 국정감사에선 내부 경영관리 부실을 집중 추궁했다. 이날 국감은 처음으로 한국전력과 별도로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 5개사만 대상으로 했다. 현안이 많은 한수원에만 질의가 집중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5개 발전사에도 각종 부실·불법 의혹이 제기됐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서부발전이 발전소 건설사업과정에서 규정을 위반, 경제성 평가를 부풀려 이사회 의결을 받은 사실을 추궁했다. 박 의원은 평택복합화력발전소 2단계 건설 기본계획에 따르면 순현재가치가 1394억원 적자지만 368억원 흑자인 것처럼 무려 1762억원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이사들이 투자심사 과정에서 회사 측이 손익계산조차 제시하지 못한 것을 항의했지만 결국 사업을 승인했다는 설명이다. 서부발전은 연료원별로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사업기간 예상되는 수익과 비용을 분석한 자료를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지만 정산조정계수 변동폭이 크다는 자의적 해석으로 규정을 무시하고 내부수익률을 7.51%, 순현재가치를 369억원으로 이사회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산조정계수(0.6602)를 적용해 경제성평가를 했다면 내부수익률은 5.04%, 순현재가치 1394억원 손실 등 경제성이 없다는 게 박 의원 설명이다. 박 의원은 “경제성 평가 조작은 결국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며 “경제성 평가를 부풀린 사내 결재라인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동발전 역시 허술한 내부관리로 경영 손실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남동발전 제출 자료를 근거로 여수발전 A자금팀장이 2013년 3월 재무그룹장 결재 없이 36억7000만달러(약 3조8000억원)에 달하는 파생상품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또 A씨는 같은 해 9월에도 3400만달러(약 400억원) 규모 매입 계약을 내부 서류도 없이 체결했다. 그러나 계약 직후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연기를 발표하면서 환율이 급락,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여수화력이 계약한 파생상품 평가 손실은 2013년 9월 말 기준 440억원이며 순손실은 296억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손실에도 징계를 받은 인원은 3명에 불과했다. 전 의원은 “공공기관의 허술한 내부관리가 여실히 드러난 예”라며 “관련 프로세스 정비와 재발방지에 만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 3사 1700억원대 입찰담합 의혹도 처음 제기됐다. 박완주 의원은 남부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이 제출한 ‘회 처리설비 구매 입찰 현황’을 분석한 결과 4건, 1744억원 계약에서 담합 입찰의혹을 제기했다. 입찰 업체들이 수차례 유찰시켜 가격을 높이는 수법을 동원하는데도 이들 발전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화력발전소 회 처리 설비는 특수공정으로 국내 소수업체만 입찰 참여 자격을 갖고 있다”며 “일부업체가 이를 악용해 담합을 벌여 부풀려진 가격만 200억원에 이르지만 발전사는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