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ICT 글로벌 선도기업이 준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IoT 생태계에서 생존을 위한 경쟁력 강화와 더 나아가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사슬 형성을 위해 과감히 확장과 변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애플이 기존 통신사 네트워크에서 망을 임차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방식으로 통신 서비스 사업에 진출한다는 얘기가 관심을 끌었다. 스마트폰 사업으로 CPD 영역에서 이미 확고한 영향력을 가진 애플이 마지막 남은 네트워크(N)도 아우르면 향후 IoT 생태계에서 그 파괴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 1월, 스마트홈 온도조절장치를 개발한 네스트랩을 32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6월 가정용 CCTV 업체인 드롭캠을, 지난달엔 스마트홈 플랫폼 업체 리볼브를 인수하면서 스마트홈 분야로 디바이스 및 플랫폼 역량을 강화했다.
4월에는 애플보다 앞서 MVNO 방식 이동통신 서비스 ‘프로젝트 파이’를 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7월 ‘윈도10’을 출시하면서 모바일 플랫폼 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근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전체 산업 부가가치에서 ICT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10.7%로 조사 대상 29개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래 먹거리인 IoT 시장을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그 해답의 하나로 IoT 디바이스 선도력 강화를 깊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사물인터넷을 보자.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마키나리서치와 스트라콥 2013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조달러에 도달할 IoT 세계시장에서 디바이스 비중이 37%로 시스템·플랫폼 30%, 서비스 30%, 네트워크 3%에 비해 더 높다.
우리나라 산업구조 측면에서 디바이스를 통한 IoT 시장 선점 전략이 유리하다. 한국은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 가전기기 분야에서 고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세계 1~2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비록 메모리에 치우치긴 했지만 반도체 분야도 세계 2위다.
ICT 제조업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우리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 IoT 생태계 디바이스 부문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IoT 디바이스 가장 큰 특징은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모든 사물에 최고급 디바이스만 탑재되는 것이 아니기에 용도에 따라 다양한 중저가 칩 수요가 있다. 따라서 IoT 디바이스는 여러 시스템반도체 업체와 중소 파운드리 업계 및 창조·창업 기업에 큰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제품이 규격화된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일부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IoT는 용도별, 사물별로 다양한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
새로운 IoT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탑재될 디바이스 가격이 충분히 낮아야 하고 전력효율과 보안성은 더 높여야 한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업도 IoT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원천 기술이 취약하다. 센서나 관련 부품 시장에서 이미 세계적 기업들보다 뒤처졌다. 일부 기업이 센서 개발을 시작했고 정부 주도로 모바일용 CPU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부터 스마트센서 연구개발과 실증·시범사업을 연계해 핵심 기반 기술과 상용화 기술을 갖추는 사업을 시작한다. IoT와 주력 산업에 필요한 첨단 센서 응용기술과 상용화 기술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그 어느 때보다 사물인터넷에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종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위원 jdk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