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망토, 현실될까... 초박막 투명 ‘피부’ 나왔다

해리포터 영화 속 투명 망토를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까. 미국 연구진이 투명 망토 기반 기술이자 소재로 활용 가능한 초박막 투명 ‘피부’를 개발해 냈다.

연구팀이 재현한 투명망토 소재 이미지.<사진=미국 버클리 연구소>
연구팀이 재현한 투명망토 소재 이미지.<사진=미국 버클리 연구소>

미국 에너지부(DOE) 버클리 연구소와 UC버클리 연구팀이 최근 물체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가시광선에서는 보이지 않는 초박막 투명 ‘피부’ 망토를 고안했다고 사이언스데일리 및 외신이 20일 보도했다. 비록 입자가 미세망원경으로 봐야 보일 수준이지만 향후 이 기반 기술을 활용해 크기를 키운 제품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금 소재 나노안테나(nanoantenna)를 벽돌처럼 만들어 활용했다. 이 소재 두께는 불과 80나노미터(nm)밖에 되지 않는다. 피부인 생물학적 세포 크기 정도로 3차원(D) 물체를 감싸 움푹 들어가거나 하는 모양까지 만들 수 있다. 가능한 크기는 1300평방마이크론 정도다.

소재 표면은 가시광선을 반사해 다른 방향으로 보낼 수 있도록 메타설계(meta-engineering)됐다. 소재가 활성화되면 나노안테나 편광이 전환돼 가시광선에 노출돼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 결국 ‘투명해지는’ 셈이다.

시앙 장 버클리연구소 소재공학부서 임원은 “3D 물체 모양을 그대로 살려 보이지 않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초박막 망토는 마치 코트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하거나 구현하는 게 쉽기 때문에 향후 잠재적으로 마이크로크기 물체를 감추는데 쓰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이 이용한 건 빛의 산란 현상이다. 우리는 빛과 물체가 서로 만났을 때 이를 본다고 인식한다. 소재의 화학적 성분보다는 크기 등 물리적 구조가 물체를 보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 10년간 연구진은 빛이 메타 크기의 물질(metamaterial)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지를 연구해왔다. 빛의 경로나 휘어지는 방향 등을 조절해 광학적으로 물체를 보이지 않게 바꿀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전까지 만들었던 소재는 크기가 크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입자 크기가 커지면 투명하게 보여야하는 부분과 주변 배경 간 빛 위상차가 커져 눈에 보였다. 위상차를 줄여야 가시광선으로 볼 수 없어진다.

공동 연구 저자인 싱지 니 버클리연구소 소속 연구자는 “투명 소재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며 “우리는 빛이 물체에 부딪히면서 흩어져 다른 경로로 향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아주 작은 크기(meta)에 불과하지만 나노크기에서 전자를 조정해 서브파장(subwavelength)에서 반응할 수 있는 정도로 크기를 키운다면 물체와 배경의 빛 파장 위상차를 없애 투명망토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신은 이 연구가 빛과 메타물질 사이 상호작용을 조작할 수 있는 기술로, 향후 고해상도 광학 망원경과 초고속 광컴퓨터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기 싫은 작은 전자부품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하거나 보안 목적, 3D 디스플레이 등에서도 잠재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