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 공략 ‘전쟁’…최다 진출 승부수

시중은행이 안방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내수 기반 꼬리표를 떼고 동남아를 비롯한 미국, 유럽 등 해외 네트워크 확충에 시동을 걸었다. 역대 최다 해외 법인 설립과 점포 확충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신한은행이 먼저 움직였다. 미래 성장 핵심사업 중 하나로 글로벌 사업을 선정하고 외연 넓히기에 나섰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주요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을 추진한다.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인수가 대표적이다. 지점형식 진출이 아닌 초기에 전산 및 인력 투자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향후 확장에 유리한 법인 설립 방식을 택했다.

2010년 말 14개국 53개였던 네트워크는 2015년 8월 말 16개국 77개로 40% 이상 확대됐다. 조용병 행장 취임 후 3개에 머물던 해외 채널을 2015년 10개 이상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이미 7개 지점을 개설했다.

신한은행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고성장·고수익이 예상되는 이머징 시장과 장기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에서 M&A, 지분투자 및 전략적 제휴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18개국 82개 채널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KEB하나은행은 2025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이머징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외환은행 현지법인 형태로 운영하던 ‘환은호주금융회사(KEB Australia Ltd.)’를 지점으로 전환해 ‘호주 시드니지점’을 개점했다. 기존 호주 현지법인은 비은행 금융회사로 예금 수취가 허용되지 않고 신용공여한도 규제 등으로 업무범위가 제한돼 있었다. 지점 전환으로 호주 내에서 여신, 수출입, 외환, 수신 등 개인 및 기업금융 전반 업무가 가능하게 됐다.

지난 4월에는 하나은행 호찌민 사무소가 베트남 진출 7년 만에 베트남 중앙은행(SBV)으로부터 호찌민 지점 설립 본인가를 취득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7년 11월 호찌민 사무소 개소 후 지속적으로 지점 전환을 추진해왔으며 2011년부터 진행된 베트남 정부 은행구조조정이 한창인 시기에 외국계 민간은행으로서는 최초로 지점 설립 인가를 취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까지 18개국에 진출해 총 192개 해외 네트워크를 가동 중이다. 특히 130여개 점포가 동남아에 집중돼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 현지법인(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및 지점(인도) 자체 네트워크 확대, 베트남 현지법인 신설, 필리핀 신규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소다라은행 인수과정에서 획득한 경험과 노하우에 바탕을 두고 동남아 지역에서 은행 사업을 추진한다. 필리핀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한 후 상업은행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밖에 라오스 등 동남아 시장 사업을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은 카타르 QIB(Qatar Islamic Bank)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하고 코리안 데스크(Korean Desk)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폴란드, 멕시코 등에는 글로벌 기업금융전담역(RM)을 파견해 현지영업을 지원한다. 기타 진출 예상지역에서는 글로벌 전문인력을 활용한 시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향후 진출에 대비하고 있다. 올해 해외 네트워크를 현재 192개에서 210개까지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300여개까지 확대한다.

KB국민은행은 해외 네트워크 재정비 작업과 병행해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 등 메콩강 주변 동남아 국가와 중국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하반기 상하이분행 개점, 인도 뭄바이 사무소 및 베트남 하노이 사무소 지점전환 인가신청 등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미얀마 주택건설개발은행(CHDB)에 주택금융 및 IT 노하우 전수 등 동남아 현지은행과 협력관계를 강화한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