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IP]<5>해마 초콜릿, `길리안` 이름을 가지다

해마와 조개, 새우 등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모양. 맛보다는 그 독특한 모양으로 세계에 이름을 날린 ’길리안‘ 초콜릿 상징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선 이 같은 모양이 상표로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한 ‘장식’으로 남을 뻔한 적이 있습니다.

[법정에 선 IP]<5>해마 초콜릿, `길리안` 이름을 가지다

쇼콜라티에 길리앙 남로즈 벤노트샤프(약칭 길리안)는 일본 특허청에 ‘긴 널빤지 모양 초콜릿을 네 조각으로 분리, 그 위에 해마와 조개, 새우 등 어패류 모양을 배치한 특이한 조합의 형상’에 상표출원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특허청은 길리안의 특이한 모양은 디자인일 뿐 상표 역할은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상표등록을 거절했습니다.

일본 특허청 결정에 길리안은 소송을 청구합니다. 해마 형상 초콜릿이 상표가 되기 위해 법정에 섰습니다. 법정에서도 특허청 주장은 같았습니다.

‘GuyLiAN’이라는 이름이 없이 어패류 모양만으로는 길리안 초콜릿이라는 것을 알기 힘들며 결국 다른 초콜릿과 구분되는 뚜렷한 식별력이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일본 법원은 길리안 해마모양이 ‘입체 상표’ 기능을 한다며 길리안 손을 들어줬습니다. 입체 상표란 상품의 입체적 형상만으로 이뤄져 상품 식별을 가능하게 하는 표장을 말합니다.

법원은 “네 종류 어패류 도안의 선택과 배열순서, 입체적인 모양과 색체가 개성적”이라며 “일반 소비자가 다시 초콜릿을 구입할 때 이 입체 상표가 길리안을 구분하는 특징적 표지 역할을 한다”고 판결, 길리안 입체 상표는 극적으로 식별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상표의 기본 기능인 ‘식별표지’ 기능만 한다면 입체상 표라도 보호를 해야 한다는 견해가 소송 승패를 가른 것입니다.

이 판결은 입체 상표를 인정함과 동시에 절대 권위의 ‘일본 특허청 견해’를 부정한 최초 판결로 역사에 남게 됐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김춘수님의 시 ‘꽃’의 한 구절처럼, 일본 법원이 해마를 ‘길리안’이라 불러 주지 않았더라면 그저 그런 장식으로만 남을 뻔했습니다.

*위 내용은 특허청 발간 ‘지재권 핵심판례 100선’에서 발췌·정리한 것입니다.

IP노믹스=양소영기자 sy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