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3세대 혁신을 감행해야 할 때다. 우물쭈물하다가는 그야말로 ‘큰일’날 판이다. 한국 경제는 2011년 이후 잠재성장률 2~3% 저성장 구조로 진입했다. 최근 수출도 지속적 감소세를 타고 있다.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우리 경쟁력에 실망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세계 경제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세 종류 전투함, 즉 특유의 혁신역량이 있다.
첫 번째 전함은 바로 신바람호다. 이것은 ‘하면 된다’의 성공 DNA를 작동시키며 1세대 혁신을 이끌었다. 신바람 혁신이란 먼저 조직 내부를 공존공생 분위기로 만들고 그 안에서 일을 알아서 하도록 자율관리를 한다. 그리고 정확하고 공정한 성과 보상으로 공동체 의식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강력한 단결력을 이끌어낸다.
두 번째 전함은 융합호로서 1990년대 이후 정보화를 이끌어 왔다. ‘빨리빨리’의 성공 DNA를 작동시키며 선발주자로부터 기술과 지식을 재빨리 학습해 개량된 제품을 개발해내는 스피드 역량이 여기에서 나왔다. 융합 혁신은 정확한 문제 인식과 구체적 목표 설정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 요소를 찾아내 결합하고 소통과 협력으로 재빨리 개선된 대안을 제시한다. 2세대 혁신은 휴대폰과 자동차 산업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이제 창발호로 불리는 3세대 전함이 가세할 때다. 이것은 ‘창발적으로 떠오르는 기회와 위협에 창조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에서 창발 경영(emergence management)으로 부를 수 있다. 이 창발 혁신은 ‘명확한 목표를 향한 선택과 집중’ ‘정교한 계획과 시스템’ 등을 특징으로 하는 기존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것은 ‘뜻과 비전을 세워 이를 실천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반복적 활동으로 때를 기다리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기회를 획득해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는 과정’으로서 다음과 같은 핵심 프로세스로 구성된다.
첫째 이루고자 하는 분야에 뜻과 비전을 명확히 세운다. ‘성공할 때까지 한다’는 의지로 강력한 에너지를 내부에 충전한다. 둘째, 투자와 경영활동을 반복한다. 이때 생존라인을 확보해 그 위에서 활동해야 하며 시행착오와 실패를 바탕으로 꾸준히 배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절실함으로 기회를 인지한다. 차별화된 안목과 남보다 반 보 앞선 예측력으로 먼저 기회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기회의 창으로 재빨리 들어가서 가치를 창출한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먼저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전광석화와 같은 실행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와 같은 창발 혁신 과정은 목표점을 파악할 수 없는 극단적 불확실성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는 데 필수다. 여기에는 다가오는 기회를 먼저 알아볼 수 있는 능력과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불굴의 의지가 필요하다.
후발주자가 속도만 더욱 빠르게 한다고 선발주자가 될 수는 없다.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남들이 가보지 못한 길을 갈 수 있어야 한다. 진정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경영 사고와 행동방식을 한꺼번에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100년 이상 선발주자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선진기업은 모두 극단적 불확실성에 도전할 줄 아는 지혜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목표 시장이다. 우리 혁신은 좁은 내수 시장으로 말미암아 해외에서 소비해줄 목표 시장이 항상 필요하다. 산업화를 일구어낸 신바람 혁신은 미국 시장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지역별 수출비중을 보면 1985년까지 최대 35% 정도를 미국 시장이 차지했다). 정보화 시대 경쟁력 원천인 융합 혁신은 유럽과 특히 최근에는 중국 가공무역 시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창발 혁신 목표 시장을 정조준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중국 소비시장과 아시아 시장이다.
일본은 경쟁력 회복을 위해 열심히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경쟁력 원천인 전함 석 대가 있다. 이제부터 새로운 목표 시장에서 기회를 잡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장우(경북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