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폴크스바겐 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폴크스바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 회장이 머리를 숙였지만 사태는 악화일로다. 추가 조사 과정에서 혐의가 사실로 판명되면 최고 180억달러(약 21조원)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각국 자동차 담당 정부기관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디젤 차량 수요가 높은 프랑스를 비롯, 영국 정부도 조사에 착수했다. 우리 정부도 폴크스바겐 디젤 배출가스 조작 차종 재조사에 들어갔다. 기준치보다 40배 많은 오염물질 배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연비 테스트를 통과한 폴크스바겐 골프와 제타, 아우디 A3는 국내에서 재조사를 받는다. 국내서 판매된 문제 차량이 수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됐다. 시가 총액은 이틀 만에 33조원 날아갔다. 48만2000대에 달하는 차량 리콜로 경제적 손실이 엄청날 전망이다.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져 미국과 최대 시장인 중국 판매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올 8월까지 폴크스바겐그룹 판매량(655만대)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했다. 2년 연속 연간 1000만대 판매 돌파도 물 건너갔다.

더 큰 문제는 브랜드 신뢰도 하락이다. 독일 자동차를 상징하는 정직함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잃었다.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SW 알고리즘을 이용한 배출가스 조작행위는 사기에 가깝다.

이번 사태는 믿음과 신뢰 상실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폴크스바겐은 창사 78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글로벌 1위 자동차 업체 추락은 시간문제다. 지난해 992만대를 판매하면서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 지 1년 만이다. 폴크스바겐은 앞으로 세계 소비자를 우롱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스스로 초래한 비극적 결말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중인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회사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