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선의 '프로이트 레시피'] 소금이 만든 동서양의 걸작

(4) 짠맛 : 멘티와 멘토

[고재선의 '프로이트 레시피'] 소금이 만든 동서양의 걸작

동양의 두부는 콩의 변신이고 서양의 치즈는 우유의 변신이다. 둘 다 응고와 숙성의 과정을 통해 완성되지만 근본은 식물성과 동물성으로 완전히 다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나라의 슈퍼마켓에는 다양한 치즈를 모아서 파는 공간이 따로 있다. 마치 우리가 다양한 김치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파는 것과 비슷하다. 치즈는 서구인들의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800종이 넘는 치즈가 있다고 하니 죽기 전에 다 맛을 보기는 힘들 것이다. 치즈는 원료가 되는 우유의 생산지와 종류, 숙성 과정에 영향을 주는 기후, 물, 온도, 곰팡이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장맛도 물맛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고 보니 치즈는 된장, 고추장과 비슷한 면이 있다.다르면서도 비슷한 두부는 ‘살이 찌지 않는 치즈’라고도 불린다.

두부 속의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의 대용으로 손색이 없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이후로 우유나 유제품을 마시거나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나이가 들면서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칼슘 부족이나 근육을 허약하게 만드는 단백질 결핍을 우려하게 되었지만 건강검진 결과는 놀랍게도 전혀 이상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엄마의 식단에 그 비결이 있었던 것 같다. ‘밭에서 나는 소고기인 두부’와 ‘바다의 우유인 굴’을 입에 달고 나를 채근해서 먹이신 엄마의 덕이다. 엄마의 지혜에 은혜를 입었다.

두부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중요한 식품이다. 두부를 처음 만든 사람들은 중국인들이지만 두부를 다양하게 조리하는 방법을 개발한 사람들은 일본인들이다. 두부로 만든 일본의 코스 요리를 맛보면 ‘두부는 서민의 음식’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게 된다. 두부, 연두부, 두부 껍질을 골고루 요령 있게 사용하면서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미각과 시각을 모두 만족시켜주니 누가 두부를 우습게 볼 것인가. 일본 교토는 두부 요리로도 유명하다. 유도후(湯豆腐)는 뜨거운 육수에 두부와 일곱 가지 채소를 익혀 간장에 찍어 먹는데 단순하지만 인상적이다. 역사가 300년이 넘는 두부 전문점이 아직도 문을 열고 있는데, 단순한 두부를 사용해 멋있게, 맛있게 요리로 만들어내는 디자인 능력, 상업적 능력이 참고할 만하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료안지(龍安寺)경내의 두부집은 산책로를 따라 벚나무가 가득한 정원 안쪽에 있었다. 넓은 마루에 앉아 눈처럼 휘날리는 벚꽃을 보며 식사를 했다. 두부를 먹는 곳인지, 세월을 낚는 곳인지, 생각을 나누는 곳인지.... 단순한 요리를 먹어도 환경에 따라 경험의 격이달라진다.

우리의 두부찌개나 순두부찌개는 정말 맛있다. 두부집들은 손님들로 바글바글하고 시끄럽다. 사람들이 쉽게 즐겨 찾는 곳이다. 두부와 김치의 조합은 술안주로도 훌륭하다. 두부는 다른 요리에서도 조연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그러나 우리 곁에 너무 오래 있어서인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두부 요리를 고급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부를 넣은 된장찌개가 5,000원이라면 일본인들은 같은 두부를 넣고 50,000원 넘게 받는다. 일본의 두부 요리는 예쁘지만 우리의 두부 요리는 깊은 맛이 있다. 발상을 조금 바꾸면 우리의 두부 요리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류 건강식품으로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필자소개/고재선

그래픽 디자이너로 국내외에서 활동해 왔으며 식문화에 대한 이론과 실제에 밝다. 음식을 맛 이전에 다양한 시각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글과 시각적 요소의 통합을 위해 직접 이 책의 북 디자인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