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김성호 파워프라자 대표는 테슬라에 도전장을 낸 중소 기업인이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대형 완성차업체들이 경쟁하는 전기차(EV) 시장에 국내 중소업체 파워프라자가 뛰어들자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파워프라자는 국내 최초로 개조한 경상용 전기화물차 ‘피스’를 보급했고 최근 전기차 로드스터인 ‘예쁘자나R’를 출시했다.
김 대표를 9월 11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사무실에서 만나 전기차 사업구상을 들어봤다.
파워프라자는 직원 45명이 700여종의 산업·통신용 전원공급장치(SMPS)를 생산하는 이 분야 전문 기업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은 절대 하지 않는다.
첫인상은 완성차 대리점에 온 느낌이었다. 승강기에서 내리자 좌우에 전시한 전기자동차 두 대가 눈에 들어왔다. 흰색 ‘마티즈’와 파워프라자가 개조한 국내 1호 전기 경화물차 ‘피스’였다.
사무실 입구에는 골프용 카트를 연상케 하는 2인승 전기차가 문지기처럼 놓여 있다. 김 대표는 독일산 전기차인 트와이크(TWIKE)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학생그룹이 1992년 호주 엑스포에 출품해 대상을 받은 차로 독일 업체가 상용화했다고 한다. 2인승으로 전·후진 기어와 브레이크, 깜빡이, 전조등 같은 운행에 필요한 기능을 장착했다. 유럽에서 1300여대가 운행되고 있다고 한다. 대당 가격은 4000만여원에 달해 국산 중형 자동차 가격과 비슷하다. 운송비까지 포함해 구입비로 7000만여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07년 친환경 경영을 선언하고 전기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09년 4월 국내 1호 개조전기 화물차 피스를 개발했다. 2010년 전기차 ‘예쁘자나’ 1호를 개발했다. 2010년 11월 전자신문이 개최한 전기자동차 무충전주행 한국대회에서 503.2㎞를 달려 한국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비롯해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서울 모터쇼에 참가해 자사 제품을 선보였다. 올해는 국내 최초로 로드스터(지붕이 없는 2인승 차량)인 ‘예쁘자나R’를 개발했다. 이 차는 9월 17일부터 27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 2015’에 출품했다.
김 대표는 인터뷰에 앞서 부품과 전기차 생산시설을 둘러보자고 했다.
그의 안내로 같은 층에 있는 파워프라자 부설 중앙연구소와 EV제작개발팀, 품질보증부, 생산부를 차례로 견학했다. 친환경 작업장답게 소음이 없었다. 직원들은 정전기방지용 슬리퍼를 신고 일했다. 대표가 와도 곁눈 주지 않고 일에만 열중했다.
-전기차 사업을 시작한 동기는.
▲기존 부품으로 중국이나 대만 업체와 경쟁해서 이기기 어렵다. 수익도 준다. 앞으로는 전기차 부품을 생산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래 수종(樹種)으로 전기차 부품을 시작했고 친환경 경영을 위해 기존 완성차를 개조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일에 착수했다. 타깃 차량을 만들어 놓고 출발했다.
-그동안 몇 종의 전기차를 생산했나.
▲화물차 0.5톤과 1톤 2종과 예쁘자나를 포함해 3종이다. 0.5톤 화물차는 올해 50대를 판매할 예정이다. 서울이 35대, 제주 15대다.
-안전성 인증은 통과했나.
▲2013년 국내 처음으로 교통안전공단에서 안전성 인증을 받았다. 차량 안전성과 환경, 연비시험 같은 인증 항목을 통과했다. 올해 환경부 전기자동차 보급차량으로 선정됐다.
-피스 성능은.
▲한 번 충전으로 67.5㎞를 간다. 최고속도는 95㎞며 승차인원은 두 명이다. 배출가스 0%인 친환경 전기차다. 수동변속기를 채택했다. 완속 충전 소요시간은 네 시간이다.
-차량 가격과 보조금은 얼마인가.
▲가격은 3690만원인데 서울 거주자는 1800만원, 제주 거주자는 1700만원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회사에서 200만원을 특별 할인해 준다. 이 밖에 완속 충전기와 부가세 환급, 경차 할인 혜택을 준다. 현재는 BMW를 포함해 외산도 차종에 관계없이 1500만원을 주는데 국산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해야 한다.
-처음부터 전기차를 자체 생산했나.
▲아니다. 완성차업체에서 새 자동차를 구입해 전기차로 개조했다. 개조차량 1호가 화물 전기자동차 피스 0.5톤이다. 피스는 한국 GM 경상용 0.5톤 라보를 구입해 전기차로 개조한 것이다. 완성차를 구입해 개조하다 보니 차량 값이 비싸다. 전기차에 장착한 주요 전기차 부품은 우리가 직접 개발해 생산한 제품이다.
-로드스터인 예쁘자나R는 보이지 않는데.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2015에 출품하기 위해 차를 며칠 전 그곳으로 보냈다. 내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도 참가해 예쁘자니R를 선보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모터쇼 참석을 위해 9월 13일 독일로 떠났다.
-로드스터형 전기차는 국내 최초인가.
▲전기차로는 국내 최초다.
-작명은 누가 했나.
▲내가 했다. 여덟 살 막내딸이 있는데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늘 예뻐 딸 별명을 ‘예쁘잖아’라고 했다. 전기차 이름을 예쁘자나로 했더니 의외로 국내외 반응이 좋다. 다만 러시아와 체코는 예쁘자나 의미가 야한 내용이어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다. 노이즈마케팅이긴 하나 덕분에 동구권에 예쁘자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예쁘자나R의 성능과 가격은.
▲한 번 충전하면 571㎞를 달린다. 최고속도는 198㎞다. 가속력이 4.5초로 스포츠 카 못지않다.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10여년 자동차업계 전설로 불리는 고든 머레이가 친구들과 만든 1인승 전기차 자료를 봤다. 그 자료를 보고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든 머레이는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로 명차 매클라렌F1을 설계했다. 그는 유럽 최고 엔지니어로 명성이 자자했다. 연구소 강민성 수석디자이너가 밤샘을 하며 단기간에 설계와 디자인을 했다.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산을 하게 됐다.
-연구소 직원은 몇 명인가.
▲설계와 디자인을 포함해 10명이다. 미국 테슬라는 인력이 300명이다. 완성차업체는 엔지니어가 이보다 훨씬 많지만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최고 기술과 미래기술을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대량 생산계획은.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수익이 나야 가능한 일이다.
-테슬라와 비교해 국내 전기자동차 기술 수준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테슬라는 혁신기술 자체다. 테슬라는 미국이 정책으로 지원하고 중점 육성한다. 외국은 전기차 시장선점을 위해 차량 공급이나 충전 인프라 구축, 보조금 지급에 적극적이다. 우리도 지금보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확대해야 한다.
-피스의 AS 체계는.
▲우리가 만든 전용부품은 평생 무상서비스다. 배터리와 구동모터시스템은 7년 혹은 15만㎞를 보증한다.
-전기차 보급이 왜 더딘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전기차를 보급하면 지구환경을 개선할 수 있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필요한 도로시스템을 비롯해 각종 기반시설과 사업구조, 법규, 세금체계를 모두 바꿔야 한다. 갈 길이 멀다.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은
▲전기자동차 연구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환경은 환경부, 도로는 국토교통부가 담당한다. 각자 역할이 있긴 하지만 모든 걸 법으로 하면 되는 일이 없다. 새로 시작하는 일은 아직 규정이 없다. 공무원은 일정 기간 근무하면 보직을 바꾼다. 공직자도 전문제를 도입했으면 좋겠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논어의 상선약수(上善若水)다. 물은 막히지 않으면 흐르고, 막히면 멈췄다가 차고 넘쳐 다시 흘러간다. 나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좋아한다. 사업이란 정리할 게 많아 생각을 깊이 해야 한다. 취미라면 산에 자주 간다. 산행을 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김 대표는 청주대학교 전자과를 졸업하고 대진전자 대표를 거쳐 1993년 파워프라자를 설립했다. 한국파워써플라이 연구조합이사장을 역임했고 한국전기자동차개조산업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현덕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