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시대, 매개의 시대다.
알리바바는 중국 내 곳곳에 있는 소매상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전자상거래 업체다. 이를 기반으로 금융 사업까지 확대해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나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 등을 운영 중이다. 최근엔 온라인투오프라인(O2O) 사업 확장을 위해 배달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단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람을 이어줬을 뿐인데 알리바바 회사 평가액은 어마어마하다.
애플도 운용체계(OS)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업체다. 삼성전자처럼 자체적으로 부품을 조달하지 않고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제조는 다 외주를 맡긴다. 이 회사는 아이폰과 태블릿PC 아이패드 등 모바일기기 OS인 iOS와 랩톱PC 맥북의 OS ‘맥’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서로 정보가 오고가게 하고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해 연계시키는데 강점이 있다. 프리미엄이란 이미지로 아직까지 고수익을 올린다.
플랫폼 시대는 이전과 다르다. 산업사회에선 제품과 공장을 손에 쥐어야했다. 수십년을 눈에 보이는 것에 투자해야했고 그럴 자본이 있어야 했다. 누군가는 무엇을 직접 만들어서 팔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이를 샀다. 팔린 돈으로 또 다른 것을 사거나 재투자했다. 이게 사업이었고 눈에 보이는 시장이 조성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알리바바나 애플은 단지 연결, 매개하는 것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인터넷, IT 업계 강자로 급부상했다. 모든 것이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공존하는 ‘초연결 시대’에서 이들 기업은 노동 없는 생산으로 세상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세상도 바뀌었다. 실제 존재보다 관계가 핵심이다. 비즈니스도 옮겨가고 있다. 부와 권력은 이들처럼 ‘관계’와 ‘매개’, 즉 플랫폼을 가진 업체로 향했다. 저자는 앞으로 미래 기회가 모두 여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사업에 ‘매개’를 더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이 작업을 하기 위해 필수적인 전략으로 필터, 커뮤니케이터, 모빌라이저, 코디네이터, 어댑터, 에이전트, 매치메이커, 컴바이너 8가지를 소개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거나 유망 아이템이 뭔지, 비즈니스 과정, 자녀들의 유망 직종 등 세상의 축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매개자를 ‘만든 자보다 더 가진 자’인 동시에 “비용 있는 소유보다는 개념이 있는 통제를 추구하며 책임 없는 권력을 행사한다”고 표현했다. 전자는 직접 제조하는 기업보다 고부가가치를 누리는 게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후자는 무언가를 직접 가지기 위해선 투자 등이 들어가지만 이를 하지 않고 관념적으로 손에 쥐는 것을 원하며 실제 소유한 게 없기 때문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저자는 지난 20여년간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 경제가 개인의 삶과 기업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한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에 관해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해왔다. 지금은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 곳곳에서 날카로운 지적이 돋보인다. 속이 시원할 정도의 어법을 구사해 독자의 이해에도 한층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임춘성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1만6000원.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